흔들리는 국민 통신기업 KT가 결국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는 상황까지 맞았다. CEO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며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KT 설립 이후 최대 위기다. 하지만 KT가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 된다는 게 ICT 업계의 중론이다. KT는 100년 이상 우리나라 IT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국민 기업이자 ICT 생태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재계 11위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고, 썩은 곳은 도려내야 한다. KT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이끌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바로 서야 한다. 국민 기업 KT가 부활하고, 창조경제를 이끌 한 축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1. KT가 바로 서야 한국 ICT 산다
2. 낙하산 대신 전문가로 승부수
3. `올레KT vs 원래KT` 갈등의 고리 끊자
4. 핵심 사업에 집중하자
5. 창조경제 생태계 리더로
이석채 회장의 사의표명이 알려지자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CEO를 둘러싼 잡음이 제기되면서 KT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KT와 임직원에 대한 1, 2차에 걸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KT는 지난 2008년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되는 불명예를 썼다.
사실 이번 검찰 고발 건은 KT가 흔들린 여러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전부터 KT는 조직, 인사, 경영 등에서 총체적 난국을 겪어왔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KT의 혁신이 요체다. 문제는 일부 인사의 경우 전문성보다는 정치권과의 연계가 더 부각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CEO 리스크가 제기된 올해 들어서는 더욱 정치권이나 권력과 가까운 인사 영입이 많아졌다.
일부 외부 인사가 기존 조직과 마찰을 빚으며 구성원이 분열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KT 임직원들은 이 회장 이전의 KT를 뜻하는 `원래 KT`와 이 회장 이후의 KT를 뜻하는 `올레 KT`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고위 인사들이 조직에 많이 배치되다 보니 기업 경영도 흔들렸다. 롱텀에벌루션(LTE) 도입이 경쟁사보다 늦으면서 LTE 시장에서는 3위로 밀렸다. 가입자는 계속 감소하고, 경쟁사와 달리 실적 부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대 위기는 분명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KT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기업이다.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고, IPTV를 통한 미디어 시장까지 영향력이 막대하다.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서 한국 IT를 이끌 한 축으로 부활해야 한다.
새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도 KT와 같은 국민 기업이 ICT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제 역할을 해줘야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전국에 갖춰진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조경제 생태계와 선도적인 융합ICT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KT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과 관계없이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새 CEO를 선임하고, CEO를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 회장을 계기로 관료 및 정치권 출신 인사한테 더 이상 KT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KT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전문성 있는 선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외이사들을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인사들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해 현 CEO의 영향력을 벗어난 국민의 대표성을 가진 전문가를 새 CEO로 영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둘로 나뉜 조직도 통합해야 한다. 사업 방향도 경쟁력을 높이고,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982년 이후 민영화 됐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권 인사가 CEO가 되면, 다시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영입인사가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유승희 의원(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이날 성명을 통해 “KT 대표이사 자리가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유일한 역할이라면 국민기업을 이끌 적임자가 정치적 외압에 의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전문적 인사,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으로 KT 혁신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국민기업 KT 주요 업적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 설립
1982년 7월 국내 내부 인터넷 최초 개통(SDN)
1986년 3월 전전자교환기(TDX-1) 국내개발 개통
1989년 4월 국산 전전자교환기(TDX-1B) 개통
1989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법 개정(민영화),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
1992년 3월 패킷 데이터 통신망 전국 개통(하이텔 통합 D/B서비스 개시)
1995년 2월 인터넷서비스(KORNET) 전국 확대
1996년 6월 PCS 및 CT-2 사업권 획득
1996년 11월 세계 최초 디지털 CATV(SWAN Ⅱ) 상용시스템 개발
1999년 6월 고속인터넷 ADSL 서비스 개시
2000년 1월 무궁화위성 3호 상용서비스 개시
2005년 11월 세계 최초 와이브로 시연 성공
2006년 11월 IPTV 시범서비스 개시
2009년 6월 KT·KTF 합병. 통합 KT 출범
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최초 도입
2010년 7월 1G 인터넷 시범서비스 실시
2010년 12월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 기술 세계 최초 상용망 도입
2011년 11월 세계 최고 속도 아시아 해저 광케이블 건설
2012년 1월 세계 최초 가상화 기술을 적용 LTE WARP 서비스 개시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