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가장 오래된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참 늦었다. 늦긴 했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인문사회·기술공학분야 전문 7명과 원전지역 주민대표 5명, 환경단체 2명, 소비자단체 1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환경단체와는 지난 1월부터 공론화위원회 참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2명의 대표를 추천받았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 출범식 당일 환경단체 대표 2명이 불참을 선언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이 대부분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 업계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하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이유다. 정부 입김에 벗어나 국민 의견을 모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불참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론회위원회 출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정부가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결정하기까지 소요된 국가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사회갈등의 심각성과 책임성을 안다는 환경단체의 참여 입장 철회는 안타깝다. 환경단체 대표 2명의 힘은 결코 미약하지 않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공론화위원회 안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기술 전문가나 다른 위원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공론화 장에 올려 풀어나가는 게 맞았다. 환경단체 대표의 불참 선언은 다시 장외에서 반대를 외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수립하려는 것은 좀 더 안전한 관리를 하기 위함이다. 원전마다 보유한 임시저장시설을 더 늘려 보관량을 늘릴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도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서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열겠다고 했다. 반대하더라도 공론화위원회 안에서 하고 당당하게 개선책을 제시하는 환경단체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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