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부품-소재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태계와 굴지의 해외 소재기업 간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에 시동이 걸렸다. 글로벌 소재기업들의 최고 기술 책임자들과 국내 산업 종사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서다. 오랜 기간 독보적인 역량을 구축한 글로벌 소재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한국 제조업이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영역 구분 없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전자신문이 주최한 `2013 글로벌 소재 테크 페어`에서는 글로벌 소재기업들과 국내 제조업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해 광범위한 교류의 물꼬를 텄다.
피터 보코 코닝 글라스테크놀로지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60년이 넘는 업력에서 특수유리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 덕분이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캐시 마컴 다우케미컬 전자재료 R&D 총괄 디렉터도 “다우의 강점 중 하나는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경계 없는 이노베이션은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소재기업의 1차 수요기업뿐 아니라 최종 고객인 완제품 기업의 엔지니어도 대거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몇몇 부품소재기업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총출동해 행사 내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연사들은 자사의 핵심 기술을 소개한 후 참석자들과 개별적으로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행사 전부터 글로벌 소재기업들은 한국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스미토모화학은 우리나라에 20여년 전 자회사를 설립해 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키웠다. 다우케미컬은 지난 2011년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으며 200여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코닝은 최근 삼성과 지분을 교환해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기로 했다. 바스프는 지난 4월 전자재료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했으며, 전자재료 R&D센터도 조만간 설립한다. 머크는 OLED R&D센터를 평택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들이 한국에 기반을 마련한 것은 특정 고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글로벌 소재 테크 페어를 시작으로 해외 소재기업과 국내 제조업이 더욱 원활한 정보교류와 협력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