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캐나다 스마트폰 기업 블랙베리에 희망의 빛을 비췄다. NBC뉴스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각국 정상 휴대폰을 도청한 사건이 알려진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블랙베리를 쓴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35개국 정상 휴대폰을 도청한 사건으로 외교적 궁지에 몰렸다. NSA와 CIA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정보기관은 주요 인사 휴대폰 내용 도청을 시도한다. NBC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아이폰이 아닌 블랙베리를 쓰는 건 이 만큼 보안을 담보하는 스마트폰이 없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관용 스마트폰을 블랙베리에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블랙베리는 독특한 보안 시스템을 쓴다.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메시지 내용을 암호화해 캐나다와 영국에 있는 서버에 저장한다. 삼성전자, 애플은 해당 이동통신사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블랙베리는 다르다. 각국 정부나 수사기관이 이용자 데이터를 열람하려면 블랙베리 협조를 얻어야 한다. 2년 전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은 블랙베리 메신저를 감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품 사용을 막았을 정도다.
블랙베리는 사업 초기부터 오바마 효과를 입었다. 5년 전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기업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와츠앱이나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없을 때 블랙베리메신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는 가장 큰 이유가 블랙베리메신저 서비스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인 사용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블랙베리에 호재다. 블랙베리는 보안성을 부각하며 더 높은 가격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 최근 블랙베리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레노버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최근 블랙베리와 페이스북 관계자가 만나 인수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대만 HTC와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첫 화면을 페이스북으로 바꾼 `퍼스트`폰을 내놓는 등 휴대폰 사업에 관심이 높다. 페이스북은 블랙베리를 인수해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