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심장이 뛴다.`
삼성이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꺼내든 키워드다.
삼성은 28일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을 열고, 신경영 선언 후 그룹의 성장과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의 키워드는 `변화의 심장이 뛴다`로 정해졌다. 삼성이 그동안의 성과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20년의 성과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삼성을 위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이날 행사는 △신경영 20년의 성과와 의미 조망 △주요 경영진의 신경영 회고와 다짐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영상메시지 상영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장 로비에는 각 계열사에서 사업의 특성에 맞게 신경영을 상징하는 30여개 조형물을 전시해 의미를 더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 길로 달려왔다. 양 위주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질 중심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고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신경영 선언에 맞춰 `격(格)의 삼성`을 강조했다. 양과 질의 경영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까지 강조한 새로운 비전이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으로 삼성이 새롭게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도 특유의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의 메시지에는 항상 `도전`과 `열정`이라는 주문이 포함된다. 현재보다는 `미래 삼성`을 그려가는 데 함께 집중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이 회장이 세부 실천방안과 관련해 향후 어떤 메시지를 추가로 내놓을 것인지에도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경영진들의 신경영 회고와 다짐도 이어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정도면 잘한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 회장님의 말씀을 들을수록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의 불량제품 화형식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이 회장님이 1990년대부터 디자인경영과 소프트경쟁력을 강조했다”며 “당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현재 삼성의 명품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 만찬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부인과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라는 신경영을 선포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20년 전인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말 취임한 그는 주요 계열사 임원을 불러 모아놓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라고 강조했다.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경영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던 20년 전과 비교, 삼성은 비약적 성장을 했다.
그룹 매출은 29조원에서 380조원(2012년 말 기준)으로 뛰었다. 그룹의 세전 이익은 8000억원에서 39조1000억원으로 50배 가까이(49배) 늘었다. 그룹의 시가총액은 93년 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338조원으로 44배나 급증했다. 삼성의 임직원 수도 14만명에서 42만명까지 늘어났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TV 시장 7년 연속 1위 등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전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기업군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8강`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그룹 매출의 3분의 2를 삼성전자에, 또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2를 모바일 부문에서 얻는 등 특정 사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그룹 비즈니스 전반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중장기 관점에서 그룹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도 향후 잘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날 기념 만찬회에는 이건희 회장과 부인인 홍라희 라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족이 모두 참석했다. 그룹 내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진과 협력사 대표 등 총 35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삼성 내부 경영진 이외에 협력사 대표까지 만찬장에 초대하면서 삼성만이 아닌 삼성 생태계 전반의 행사를 개최한 것에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표. 삼성그룹 1987 vs.1993 vs. 2012 경영성과
*자료: 삼성그룹. 1987년은 이건희 회장 취임·1993년은 신경영 선언시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