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일색 통신장비, ICT 성장 적신호
정부가 국산 ICT 장비산업 육성전략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공공기관이 국산 장비 도입을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미래부 산하기관 국산 통신장비는 대수 기준으로 8.4%에 그쳤다.
39개 기관 중 12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27개 기관은 국산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연간 총 장비도입 비용 315억6000만원 가운데 국산장비 도입비용은 30억86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공공기관 ICT 국산화률은 25%가 되지 않는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2013년 공공기관 ICT장비 구축운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44개 공공기관의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은 23.1%다. 대체 불가능한 장비를 고려하더라도 낮은 수치다.
공공기관이 국내 장비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 전가` 때문이다. 국산 장비를 사용했다가 장애가 나면 그 책임을 도입한 ICT 담당자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업체의 장비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네트워크통합(NI) 업체 관계자는 “국산 업체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려해도 기관에서 외산 장비를 원하면 도리가 없다”며 “글로벌 업체 장비를 쓰다가 장애가 발생하면 면피가 되는 반면 국내 업체 솔루션을 도입하다 장애가 나면 일이 커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종 사업을 수행하는 NI·SI 업체 간 경쟁도 한몫한다. 외산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장비를 선정하다보니 국산 업체는 자연스럽게 배제된다는 것이다. 암암리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산 업체가 설 자리는 좁다.
KANI 관계자는 “국산 장비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업주체를 찾아가면 기관은 NI 업체에서 외산 장비를 제안했다는 핑계를 대고 업체는 기관이 원하니 맞춰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니 국산 업체가 설 곳이 점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ICT 특별법 등을 통해 ICT 장비 정부 조달을 투명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정보통신(ICT) 장비를 구매할 때 총 사업규모, 제조사명, 제품명, 계약금액 공개와 ICT장비 관련 실태조사, 수요예보 의무화를 명시했다.
ICT 장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를 의도적으로 배제 할 수 없는 만큼 국산 업체에게 가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제도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