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프로세스(SP)인증제도의 활용률이 저조해 효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증을 받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크고 발주사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시행 5년이 넘은 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인증 신청 기업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최고 등급인 3등급을 획득한 기업이 없어 등급 상향을 위한 개선책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8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에 따르면 SP 품질인증 획득 기업이 제도 시행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47개 기업에 그치고 있다. 1년간 10건도 되지 않는다. SP인증 획득률은 지난 5년간 평균 69%다.
SP인증은 SW기업과 개발 조직을 대상으로 SW 개발 프로세스 품질역량 수준을 심사해 등급을 판정하는 제도로, 지난 2009년부터 정부가 시행해왔다. 한국형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을 표방하고 있다. 주로 자체적으로 체계적 프로세스 품질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힘든 영세한 중소 SW기업이 대상이다.
CMMI의 25% 수준인 1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SP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업계는 정부의 취지인 영세 SW기업을 대상으로 하기엔 이 비용도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심사비용은 저렴하지만 인증 획득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컨설팅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인증을 통과한 기업에 한해서만 50%를 감면해 주는 것이 인증 실패한 기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실제 올해 인증을 획득한 기업들에 한해 50%의 심사비를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걸자 인증 신청 기업이 20~30군데로 늘어났다. 이는 그동안 심사 비용문제로 SW기업들이 고민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3년 예산 소진시까지만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인증 획득한 기업 모두 2등급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고 등급인 3등급을 획득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3등급까지 획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등급은 프로젝트 관리, 개발, 지원 등의 심사기준만 통과하면 획득할 수 있고, 3등급은 획득한 등급에서 일정한 수준의 개선이 이뤄져야 받을 수 있다.
2등급을 획득한 한 SW기업의 한 담당자는 “최고 등급인 3등급까지 획득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등급이든 상관없이 SP인증만 획득하면 일부 기관에선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높은 등급을 획득하려 노력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야 발주 기관에서 SP인증을 획득한 기업들에 가선점을 주게 하겠다는 정부 계획들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시행 5년 만인 올해 안전행정부가 기술 평가 항목에 반영했고, 방위사업청이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제안서에 SP인증 기업을 우대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발주기관들이 SP인증을 필수적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상은 SW공학센터장은 “SW품질을 갖춘 믿을 만한 중소기업을 가리는 데 SP인증이 기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공공 분야에서 SW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려워지도록 제도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SW공학센터는 제도적 혜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들과 적극 협력하고, 중소 SW기업들을 위해 SW 프로세스 상시 교육 시행, 사전진단 서비스 등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역 중소 SW기업들을 위해 설명회와 교육도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P인증 획득 기업 수(2013년 9월말 기준)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