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우리 정부 노력에 힘입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추징한 모니터 수출 관세 243억원을 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대상 제품은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단자가 달린 HDMI 모니터로, 최근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해당된다.
28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관세기구(WCO)가 HDMI 모니터를 무관세 적용 대상품목으로 분류, 남아공 관세당국이 삼성전자에 대한 관세 추징을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남아공 정부의 관세 추징에는 지난해 WCO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작년 9월 WCO는 HDMI 모니터를 세계무역기구 정보기술협정(ITA) 관세철폐 대상 모니터인 8528.51(이하 HS코드 기준)이 아닌 의료용 모니터 등이 해당하는 기타 모니터(8528.59)로 분류했다. 이는 2010년 8월 WTO 분쟁조정기구의 ITA 품목 결정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산업계는 우리 정부에 WCO 결정 유보를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했고, 정부는 이후 WCO 회원국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한차례 판단 보류를 결정했던 WCO는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HDMI 모니터를 무관세 대상인 8528.51로 수정 분류했다. 이번 결정은 내달까지 이의신청이 없으면 최종 확정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남아공 정부가 지난해 WCO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 모니터에 대해 관세를 추징한 것으로 안다”며 “남아공도 WCO 회원국인 만큼 이번 품목분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WCO 결정으로 HDMI 모니터에 대해 매년 30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30%를 비롯해 브라질(20%) 멕시코(15%) 유럽연합(EU·14%) 캐나다(6%) 등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몽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국제통상팀장은 “그동안 기준이 명확치 않아 나라마다 관세 부과 여부가 달랐다”며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 모니터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무관세 대상 모니터인 8528.51 품목의 수출실적은 6억1000만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37.5%나 급감했다. 반면 관세 대상인 8528.59 품목은 2억32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7.9% 늘었다. 모니터는 TV생산라인에서 함께 만들고 있어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은 해외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표】HDMI모니터 품목분류 경과
※자료:관세청·한국전자정보통신진흥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