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이버보안

고교 동창 한 명의 페이스북 계정이 뚫렸다. 해킹범은 페북 메시지로 다른 동창에게 급한 용도라며 거래처에 대신 송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루 이체 한도를 넘어 자신은 보낼 수 없으니 대신 보내주면 다음날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페북 친구로 등록된 동창이 보낸 메시지라 아무런 의심 없이 문자를 나누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리 급한 일이라면 전화로 얘기하지 왜 SNS로 저러나 싶었다. 전화로 얘기하자고 하니 미팅 중이라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하는 것이 수상했다.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경악했다. 상황을 알아챈 그와 친구는 동창과 지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킹 사실을 알리느라 진땀을 뺐다.

사이버보안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올 초만 해도 정보보안은 핫이슈였다. 3·20 전산망 마비 사건이 터지고, 정부와 지자체 전산망까지 멈췄다. 온 나라에 해킹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보안과를 신설하고 해킹방어대회를 열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부랴부랴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정부와 지자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고, 크고 작은 해킹 사건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코엑스에서 `2013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가 개막했다.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모여 사이버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버 공간의 개방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사이버보안 위협을 방지할 수 있는 국제적 규범과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이버보안은 이미 내 주변으로 깊숙이 파고든 골칫거리인 동시에 세계인이 공감하는 세계적 화두가 돼버렸다. 이번 총회가 희미해진 사이버보안 의식에 다시금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돼주기를 기대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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