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가 17일 국감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동양 국감`으로 불릴 정도로 쟁점은 동양 사태를 정조준했다.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는 동양그룹 사태 책임을 묻는 질타가 연이어 쏟아졌다.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은 이구동성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동양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부실판매`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은 금융위가 늑장 대응해 동양 사태를 촉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금융위가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금융투자업법 개정안 시행을 6개월 유예했다는 점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말 동양그룹이 계열 증권사를 통해 투자부적격 회사채와 기업어음 (CP)을 개인투자자에게 팔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금융투자업법 개정을 금융위에 건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검토 과정에서 수차례 지연됐다가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진 올해 4월에서야 최종 통과됐다. 유예 기간도 당초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예정대로 3개월 유예를 했다면 7월 말께 시행돼 동양그룹 파장이 지금보다 덜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동양 사태를 막을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지만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1차 책임은 금융위”라고 질책했다. 그는 2008년 9월 이뤄진 금감원의 동양증권 종합 검사, 2009년 5월에 금감원과 동양증권 간의 기업어음(CP) 감축을 위한 MOU 교환, 2011년 11월 또 한 번의 동양증권 종합검사 등을 거쳐 이번 동양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금융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도 “동양그룹 CP 피해자가 과거 저축 은행 후순위채 피해자보다 2배가 넘고 피해 금액도 2조원에 달한다”며 “금융위가 동양그룹의 계열사 매각 구조조정을 서두르도록 했다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신 위원장에게 “계열사 회사채와 CP 판매를 막는 금지 규정을 연기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도 “당국이 재발방지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도 투자자 피해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질타가 쏟아지자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동양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연이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동양그룹 사태가 국감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당초 쟁점으로 떠올랐던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와 우리금융 민영화 등은 묻혔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을 두고 부산지역 의원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금융위가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옮겨 가칭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에 대해 `짜깁기`라는 격한 말까지 오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금융기관 선박금융 부서 직원들만 데려오는 것은 꼼수”라고 질타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무위원장도 “해양금융종합지원센터가 결정권이나 인사권이 없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