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단골메뉴인 `통신비 인하`는 올해도 어김없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이 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보도자료와 질의를 쏟아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통신비 문제의 주범이 `통신사`였다면, 올해는 `제조사`로 바뀌었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해외보다 국내에서 20만원 이상 비싸게 팔고 있다”고 밝혔고, 전병헌 의원(민주당)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출고가가 해외보다 2.3배 비싸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우리 국민의 휴대폰 구입비용이 17조원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마트폰 가격과 높은 단말기 교체율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졸지에 가계 통신비 부담의 주범(?)이 된 제조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조사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한 의원은 갤럭시노트3 부품 원가를 조사하니 25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품 가격만 놓고 보면 맞다. 하지만 부품 외에 들어가는 엄청난 소프트웨어의 가치, 부품을 결합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은 원가에서 빠져 있다. 수많은 부품을 집적해 스마트폰 안에 담으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해외보다 출고가가 높다는 지적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국가에 따라 출고가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보다 출고가가 높은 나라도 있다. 출고가 차이는 나라마다 출시하는 제품의 성능, 세금제도 등이 조금씩 달라서다. 해외 출고가는 부가세 등을 더하지 않은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일부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제조사도 왜 국민이나 국회의원이 제조사에 화살을 돌리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최근에야 출시 제품이 다양해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제한됐다. 출고가도 제조사에 관계없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였다. 국내 소비자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충분했다는 뜻이다. 제조사가 통신비 인상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벗으려면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부터 되찾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