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차전지, 상생협력 시대로

이차전지는 스마트폰·노트북·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기기에 사용하는 전지다. 충전과 방전으로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전기차, 전력저장장치 등으로 수요가 나날이 늘고 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161억 달러(17조2000억 원)에서 2015년 236억 달러(25조3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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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 기업 견제를 목적으로 한 특허 분쟁도 심화하고 있다. 규모에서 비할 바는 아니지만 치열함에는 스마트폰 특허분쟁에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안정성이 강화된 분리막`을 두고 특허분쟁을 시작해 두 그룹이 자존심을 걸고 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초 셀가드(Celgard)라는 분리막 제조 회사가 SK이노베이션과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BYD 등 후발업체마저 특허분쟁을 주시하면서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 특허전쟁처럼 우리 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분야 시장재편 싸움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양극·음극·분리막·전해질 등 4개 핵심 부품소재를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각 부품단위로 안정성, 충전효율과 같은 기능을 개선하는 특성이 있어 기술력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이 모두 분리막이라는 부품 하나에 관계돼 있다.

이차전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기업은 물론,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기술력도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국내 관련 특허출원을 보면, LG화학과 삼성SDI가 전체 45.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소 소재업체(한국전지산업협회 23개 회원사) 비중은 3.0%로 낮은 형편이다.

중소 소재업체는 연평균 1건도 안되는 특허출원(평균 0.7건)에 그치고 있다. 특허 전담인력은 거의 없다. 엘엔에프만이 유일하게 세계 양극활 물질 시장을 1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 소재업체의 특허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것이다.

특허는 기술 개발과 성장전략 수립 측면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해당하고, 분쟁대응 측면에서 블랙박스에 해당한다. 평소 필요성을 모르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중기는 사업 영역과 관련 있는 특허를 시급히 확보해 안정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춰야 한다. 대다수 소재업체가 자체 연구개발(R&D) 인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사내 특허전문 인력을 양성하면서 특허권을 확보해 나갈 것을 권장한다. 특허에 대해 잘 모르고, 돈이 없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최근 개설된 `창조경제타운`과 특허청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활용하면 `착상부터 분쟁까지`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대기업도 중소 협력업체의 체질개선을 도와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도 부실한 음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협력업체와 기술지원, 지식재산 나눔, 공동 R&D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상생협력이 시대의 화두다. 이차전지 업계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 우리 대기업과 소재 협력업체가 손을 맞잡고 특허분쟁의 파도를 넘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석권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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