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중소기업 A사는 거래은행에서 취급하는 적금상품에 직원 단체 가입을 요청받았다. 결국 직원들에게 1만원짜리 통장을 회사 복지비로 만들어주었다. 금리 조정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사도 한곳의 주거래은행과 거래 중이지만 지점장,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상품가입 권유를 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 금융상품 강요행위(일명 꺾기)가 여전히 중소기업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꺾기까지 등장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가입기간이 비교적 긴 보험과 펀드 꺾기까지 등장했고, 중소기업 대표는 물론이고 임직원, 가족에게까지 상품 가입 권유가 들어온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꺾기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감독과 검사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신종꺾기 규제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하위세칙에 포함됐던 규정을 상향해 제재근거를 강화했다. 꺾기 관련 상시감시지표를 개발해 꺾기 가능성이 높은 은행은 집중 검사를 실시한다.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꺾기 방지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대출 전후 1개월 이내에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체결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 중 은행 꺾기 실태점검을 실시한다.
신종 꺾기 대응책도 내놓았다. 그동안 모든 상품에 대해 1%룰을 적용하고 있어 보험과 펀드 가입을 강요한 경우에도 월단위 환산 금액 1% 미만은 적발이 곤란했다. 보험과 펀드는 월단위 환산금액 대비 비율이 1% 미만이더라도 꺾기로 간주하고 규제를 강화한다. 대출고객 관계인에게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꺾기 행위가 적발된 금융사는 중징계를 받는다. 직원 위주의 징계 방식에서 앞으로는 내부 통제 책임이 있는 은행과 임원 대상으로 징계 처분을 확대한다. 또 과태료 건별 산정·합산 부과를 통해 금전 제재도 강화한다. 5000만원 내에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꺾기 1건당 적용되는 과태료 기준금액을 정하고 각 건별로 산정된 과태료를 합해 부과한다. 보험과 펀드 꺾기, 영세 소기업 꺾기는 높은 과태료를 적용한다.
그 외에도 중소기업 금융상품 판매 시 강매 경쟁을 촉발한 성과평가지표(KPI)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공정행위 신고반을 활성화한다. 제 3자나 금융사 직원이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신고자 범위를 확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꺾기 관련 법령과 규정 개정 작업은 4분기 중 완료할 계획”이라며 “보험과 펀드 기준 강화, KPI 조정 등 제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359개사를 대상으로 꺾기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 23.7%가 최근 2년간 꺾기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예·적금상품 꺾기가 74.1%로 가장 많았지만, 보험·공제(41.2%)와 펀드(28.2%)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상품 강요행위(꺾기)= 은행이 협상력 등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하면서 원하지 않는 금융 상품 가입을 강요해 대출 금리를 높이는 불공정 행위다.
[표] 꺾기 적발건수 추이(금감원 검사 결과, 조치일자 기준)
- `11~`12년 꺾기 적발건수 증가는 1%룰 시행, 꺾기 테마검사 강화 등에 주로 기인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