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과 종이, 수지, 심지어 피자 재료에 이르기까지 3D프린터가 다루는 물질이 늘어날수록 만들 수 있는 제품도 증가한다. 이제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세계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져 전자산업과 의료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가옴에 따르면 광업기술 전문업체 아메리칸그라파이트테크놀로지스 협력사인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물리연구소 연구진이 당국으로부터 3D프린터를 활용한 그래핀 제작 연구를 최종 승인받았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탄소원자 6개가 벌집형태를 이루는 2차원 물질로 두께가 0.2㎚에 불과하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전기 전도율은 구리보다 100배 높다. 탄성이 커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휘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를 비롯해 다양한 전자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하리코프 물리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위한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개발이 성공하면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래핀 제작에는 금속 표면에 메탄과 수소를 흘리는 화학증착법과 셀로판테이프법,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화학적 방법 등이 사용된다. 3D프린터로 그래핀을 제작하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만들 수 있어 시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학 분야 접목도 시도된다. 컴퓨터월드는 텍사스대 연구진이 주변 환경과 박테리아 증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3D프린터로 미세 세포를 제작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3D프린터에 디지털광학기술(DLP)을 접목해 30평방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 젤라틴 세포를 제작했다. 세포 직경은 머리카락 굵기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 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가 구조화된 집단을 이루고 번식한다. 연구진은 3D프린터로 다양한 구조의 세포를 제작할 계획이다. 세포 구조별로 여러 박테리아가 모여 있을 때와 인접해 있을 때,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의 번식 상태를 파악해 질병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