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돈태 탠저린 대표

Photo Image
이돈태 탠저린 대표

“한국의 중견, 중소기업도 처음부터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인하우스 탠저린을 이끄는 이돈태 대표는 한국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중견, 중소기업의 디자인투자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글로벌 시장을 위한 디자인 전략을 제시한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영국, 한국, 중국을 오가며 사업에 강연까지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창조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 기업은 무엇보다 디자인과 `포어사이트(foresight)`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예측`하지 못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지 못해서 망한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의견을 예시로 들었다.

“포어사이트는 인사이트에는 없는 `열망`이 들어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데이터를 토대로한 정량적 자료와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정성적 판단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말합니다.”

이 대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후 세계 최고의 디자인학교인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age of Art, RCA)를 나와 1998년 영국 탠저린에 입사해 7년 만에 공동대표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탠저린에서 진행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클래스 디자인은 항공기 인테리어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영국항공은 마주보는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인기를 얻자 1등석까지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달라진 시장과 소비자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얼마나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과거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MP3 기술을 상용화한 새한정보시스템의 사례를 기술에만 집중해 디자인을 경영 차원에서 활용하지 못한 안타까운 실패사례로 꼽았다. 새한정보시스템에 기술 선점에만 머물지 말고 디자인을 강화해 세계 시장에 내놓자고 먼저 제안했지만,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만으로 충분하다는 답변이 돌아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대표는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비즈니스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탠저린이 맡은 주방가전 브랜드 해피콜과 협업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디자인을 했던 회사가 가정용 청소용품 캐치맙 걸레의 디자인까지 맡는다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피콜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는 테팔같은 글로벌 주방가전 브랜드도 제대로 힘을 못 씁니다.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열망과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다는 기업의 비전과 디자인회사의 협업 시너지 여부였다.

이 대표는 기업에도 디자인 투자에 겁을 먹지 말라고 주문했다. 디자이너에게 권한을 주고 아주 세밀한 부분부터 챙기는 것이 시작이라고 전했다. “95% 수준의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5%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