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39>읽었던 책과 읽는 책

활자 유랑자로 자신을 표현하는 금정연 작가에 따르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은 `읽었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몇 번이고 읽어도 `읽었다`는 과거시제를 쓸 수 없는 책은 몇 번에 걸쳐 반복해서 읽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도 `책을 읽은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과연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책이 몇 권이나 되는가. 100권의 책을 읽었어도 그 중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읽었던 책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요즘 기간을 정해놓고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그 많은 책들이 고스란히 나의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책을 읽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은 책에서 내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며, 깨달음으로 내 삶이 실제 얼마나 변했는지가 중요하다. 깨달음이 현실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권의 책을 읽었더라도 다시 읽고 싶은 책, 그래서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사자성어처럼 손에서 책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는 책이라야 진짜 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끝까지 읽어내는 책도 드물 뿐더러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참으로 드물지 않은가. 쏟아져 나오는 책을 다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가 어떤 책을 읽든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독자가 어떤 문제의식이나 위기의식 또는 목적의식을 갖고 책을 읽는지다.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읽어야 문장 그대로 읽히지 않고 의문을 던지게 된다. 위기의식을 갖고 책을 읽어야 위기탈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책을 읽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면 그 어떤 책도 다 목적달성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책이 유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책을 보는 눈이 비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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