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삼성-애플 특허분쟁을 둘러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엇갈린 결정에 재차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의 유감 표명은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 상호간 특허침해에 대한 미 무역구제위원회(USTIC) 수입금지 명령에 USTR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9일 밝혔다.
USTR가 USTIC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명령에 지난 8월 거부권을 행사한 반면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선 지난 8일(현지시각) 승인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휴대용 통신기기(스마트폰)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쟁 중인 상황에서 USTR가 양사 수입금지 명령에 서로 다른 결정을 취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동일 사안에서 미국 기업에 유리한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산업부는 지난 8월 USTR의 거부권 행사 때도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첫 번째 유감 표명을 놓고도 정부 차원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터라 두 번째 우려 표시는 그만큼 우리 정부가 사안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부는 향후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마땅치 않다. USTR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 정부가 자국 법과 제도에 따라 한 것으로 우리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우리 정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가 지난 8월 USTR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별다른 효과가 없는 모양이 됐다.
공교롭게도 USTR의 이번 결정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마이클 프로만 USTR 대표와 만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한미 FTA 이행을 점검하는 회의였지만 우리 정부가 연이어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USTR 결정을 주시했다면 보다 적극적인 선제조치를 취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 장관과 프로만 대표 사이에 삼성-애플 특허분쟁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