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성장동력을 찾자]<5>사물인터넷(IoT) 시대, 어떤 반도체가 뜰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면 자동으로 건강 상태가 체크된다. 냉장고는 몸 상태에 맞는 식재료를 골라 재료법을 디스플레이 화면에 띄워준다. 옷장 앞에 서면 화면이 날씨에 따른 의상을 추전해 준다. 스마트 워치에서 미국 증시를 확인하고 자동차 버튼을 누르면 현관 앞으로 자동차가 자동주행 모드로 굴러와 선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그리는 한 모습이다. 생활 주변의 모든 기기가 통신망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공유하는 세상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IoT 발전에 맞춰 전자기기에 쓰이는 반도체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TI는 오는 2020년까지 500억개 기기가 통신망에 맞물려 구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선통신, 센서, 메모리, 멀티미디어 등에 강점이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이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염 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IoT가 이끌게 될 것”이라며 “정체돼 있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이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IoT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통신용 반도체와 센서, 디스플레이, 메모리 기술은 필수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근거리무선통신(NFC), 전자태그(RFID), 지그비(Zigbee) 중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제외한 기술은 국내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했다. 엠텍비젼은 올해 초 NFC 칩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파이칩스는 RFID와 리더용 송수신 반도체를 개발해 토털 솔루션을 구축했다. 레이디오펄스는 양방향·다채널 무선통신 기술인 지그비 기술로 미국 그린피크테크놀로지 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와이파이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이스 링크스는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통신 표준으로 지그비 채택이 늘 것”이라며 다양한 이동통신 기술 시대가 개막할 것을 예고했다.

동작·온/습도·조도·압력·가속도 등 센서 역시 IoT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 부품이다. 터치센서 강국인 한국은 터치칩 개발 열기도 뜨겁다. 멜파스는 이미 수량 기준 2억개에 육박하는 터치스크린패널(TSP) 칩을 매년 양산한다. 크루셜텍, 이미지스, 코아리버 등 후발 주자들도 글로벌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반도체 하나에 집적한 통합칩이 출시되면 국내 업체들이 더욱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웍스는 DDI 기술과 터치센서 칩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CCD), 조도 센서 등은 실리콘화일, 넥스트칩, 어보브반도체 등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하는 분야다.

한국 업체들만 이 시장을 주목하는 건 아니다. 중국은 IoT 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지방 정부가 나서 지난 2010년부터 5개년 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5000억위안 규모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들도 IoT에 대응해 관련 솔루션을 속속 내놓고 있다. ARM은 IoT 소프트웨어 업체인 센시노드를 인수했다. ARM의 `코어텍스` 코어 프로세서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각종 시스템 구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센서, 통신용 반도체 등 다방면에서 쓰일 수 있다. 브로드컴과 TI는 하드웨어 개발 키트를 출시해 자사 제품 채택 비율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브로드컴은 `WICED(임베디드기기를 위한 무선인터넷 연결)` 개발 키트를 선보였고 TI는 `MSP430 론치패드` 평가 키트를 출시해 와이파이, 지그비 등 무선통신망과 접속하는 기기 탑재율을 늘리고 있다.

리니어테크놀로지는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공장 내 무선 센서 네트워크 등에 투자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을 이끌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빠지면서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3년간 매출액이 평균 10% 성장했다. IoT 산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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