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해 가동에 나섰다. 7일 주요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 의장 등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디폴트를 막겠다고 밝혔지만, 월스트리트(월가)는 사상 첫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은 전례가 있지만, 디폴트는 아직 발생한 적이 없어 현실화되면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월가 우려한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17일(현지시각)까지 정치권이 부채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디폴트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신용 상실, 달러 가치 폭락, 금리 급등 등으로 재앙이 초래된다”면서 “이런 부정적인 영향이 세계로 확산하면 2008년 이상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는 17일로 예상되는 부채 한도 초과 이전에 의회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한 특별조치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과 관련한 정치권의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빠지자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채무 한도 증액에 대한 협상이 마감 시한 직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디폴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한 이후에도 금융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로브 투미 SIFMA 이사는 “비상대책들이 착수되고 있다”고 디폴트 대비 상황을 전했다.
미국 주요 은행의 한 관계자도 “정보기술(IT), 위험(리스크) 관리, 자금조달 등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디폴트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을 가동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디폴트가 발생한 이후 우려되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10대 대형 은행 중 2곳은 미국 정치권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2011년 8월에 마련한 비상 대책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