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스포츠가 야구만큼 좋아질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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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야구팬이다. TV중계 시청보다 야구장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경기 흐름을 세밀하게 관찰하기보다 박수치며 응원하는 것을 즐기니 야구팬 `왕초보` 정도 되겠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가게 된 야구장의 첫 느낌 때문이다. 시원한 녹색의 잔디밭, 마음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뜨거운 분위기. 이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은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이 됐다.

야구장 문화가 좋아지자 경기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모르는 용어는 친구에게 묻거나 인터넷을 검색한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과거 성적이나 특징을 찾아보기도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을 직접 보니 야구장의 첫 느낌과 비슷했다. 경기장의 뜨거운 함성과 시종일관 넘치는 긴장감은 충분히 이색적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더 알고 싶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e스포츠는 해당 게임을 잘 모르면 경기를 만끽하기가 일반 스포츠보다 힘들다.

하지만 e스포츠가 야구만큼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 경기 시간 내내 교차하는 환희의 함성과 안타까움의 탄성이 자아내는 생동감, 친구·연인·가족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은 대중 스포츠의 핵심 요소와 유사하다.

한발 더 나아가면 국적과 지역 연고가 중심인 일반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선수나 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e스포츠 선수와 팀은 기존 스포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쟁력이다.

실제로 이번 경기장에는 많은 중화권 관람객들이 SKT T1을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가간 경쟁하는 올림픽보다 `롤드컵`이 더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에 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게임 팬들만 경기장을 찾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e스포츠가 일반 대중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 미국 땅에서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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