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시장에는 3개 매체가 있다. 흔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라 부르는 케이블TV, KT스카이라이프가 유일한 사업자인 위성방송, 그리고 가장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IPTV 등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전송수단을 제공한다. 방송콘텐츠 전송수단이 유료방송매체를 구분 짓는 기준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또 시청자와 방송콘텐츠사업자, 방송전송장비사업자 간 매개 역할을 한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시청자에게 받은 시청료를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방송콘텐츠사업자도 살아나고, 방송장비사업자도 살아난다. 이들이 살아나야 더 좋은 콘텐츠, 더 좋은 전송품질을 통해 더 좋은 방송서비스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유료방송시장 경쟁이 치열할수록 유료방송사업자는 이 역할을 잘할 것이다.
정부도 산업 측면에서 유료방송 중요성을 인식하고 규제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로 케이블TV에 대한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다. 케이블TV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내 뉴스, 지자체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을 독점 제공하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방송법은 지역여론을 독점할 수 없도록 `소유겸영규제(방송법 제8조 소유제한 등)`를 명시하고 있다. 77개 케이블TV 사업구역 가운데 3분의 1 이내에서만 서비스하는 `사업구역제한`과 전체 케이블TV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입가구 수 제한`을 동시에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여론 독점을 막고 케이블TV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을 감시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케이블TV에 대한 M&A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권역 규제를 폐지하고 가입가구 수 제한은 유지하되 모수를 기존의 케이블TV 가입가구 수뿐만 아니라 위성방송, IPTV 가입가구 수까지 모두 포함하려고 한다. 이는 `특정재벌 특혜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업발전을 위해 M&A 규제를 폐지, 사실상 여론 독점을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 동의 등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정부가 충실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케이블TV사업자가 창조경제의 선봉이 돼 정부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 정부가 막혀 있던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그간 소극적이었던 디지털 전환도 적극적 추진해야 한다. 위성방송, IPTV 등 후발사업자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하게 해야 한다. 새 서비스도 개발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수급해야 한다.
선발사업자인 케이블TV의 규제를 풀었으니 이제 후발사업자에 대한 규제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IPTV사업자만 사전적으로 가입자 시장점유율을 제한받고 있다. 모든 유료방송사업자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투자가 활발해진다. 그래야 방송산업도 발전하고 소비자도 혜택을 받는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국내 IPTV에만 적용되는 사전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경쟁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는 사후규제로도 해결할 수 있다.
창조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능하다.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 명의 가입자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다른 경쟁자보다 더 좋은,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할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자가 더 자유롭게,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방송시장도 창조경제 실현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문기탁 성신여대 법대 교수 zenfire@sungsh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