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단가는 4년 동안 70% 떨어졌지만 아이폰 업그레이드 가격 정책 변동 없어
비즈니스위크가 재미있는 기사를 게재했다. 애플의 수익 비결은 지나친 메모리 폭리에 있다는 것이다. 시중의 메모리 가격은 1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애플은 아이폰5S와 5C 신제품에서도 메모리(스토리지) 업그레이드 시 1년 전과 똑같은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4년 동안 메모리 가격은 70% 이상 하락했지만 애플의 업그레이드 가격 정책은 4년간 동일하다.

28일(현지시각) 비즈니스위크는 아이폰 신제품 발매 후 판매대수 및 애플 수익 전망 보고서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어떤 보고서에서도 애플의 메모리 폭리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에서 스토리지 확장 시 시세보다 무려 4배에 달하는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추가 부담시키고 있다.
아이폰5S 및 아이폰5C는 내장 스토리지를 16GB에서 32GB로 업그레이드할 때에는 100달러의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32GB에서 64GB로 업그레이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16GB에서 64GB로 업그레이드하면 20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아이폰5S도 마찬가지로 16GB 모델과 32GB 모델의 차액은 100달러다. 그런데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탑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64GB 메모리 칩은 아마존에서 단 50달러에 팔리고 있다. 판매자의 마진을 포함해서다.
IHS서플라이에 따르면 스마트폰 메모리 가격은 지난 4년 동안 71% 하락했다. 기가바이트(GB) 당 60센트에 불과하다. 마이클 양 IHS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스토리지 용량 업그레이드 가격 정책은 이 트렌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달리 사용자들이 단말기 구입 후 구형 메모리만 교체,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기존 아이폰에서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 아이폰을 사는 것밖에는 없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주장했다.
전자제품 수리 및 부품 판매 사이트인 아이픽스잇(iFixit)의 창립자이자 CEO인 카일 빈스는 “애플이 애초부터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토리지(메모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64GB로 확장할 때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하기에는 여유가 없고 메모리만 확장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용량이 작은 아이폰을 구매한 사용자는 사진, 영상, 파일 등을 지속적으로 삭제해야 새 사진,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SI그룹의 브라이언 마샬 수석 관리 디렉터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에서 50%의 수익을 얻는다. 메모리 가격 폭리는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와이파이 전용 아이패드4 128GB 버전은 799달러다. 16GB 버전보다 300달러가 비싸다.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이 메모리 외 부품에서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 카드의 예를 들어보면 애플스토어에서 맥프로 데스크톱을 라데온 프로 5870 그래픽카드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449달러의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 그래픽 카드는 시중에서 200달러 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충전기도 마찬가지다. IHS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에서 40달러에 판매되는 충전기의 원가는 1.40달러다.
지난 분기 애플의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은 37%에 이른다. 블룸버그의 데이터로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0%, HP는 23%, 델은 18.5%다. IHS서플라이의 브라이언 마샬은 전 분기 애플 수익에서 4분의 1은 모바일 메모리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5분의 2로 보고 있다.
파이퍼 제프레이는 발매 첫날 아이폰 신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고객들 4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고객들은 대부분 299달러의 32GB 모델을 사려 한다고 답했다. IHS서플라이에 따르면 아이폰5S/5C 32GB 모델에서 메모리 단가는 18.8달러다. 마이클 양 IHS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애플의 단말기를 기꺼이 사려 하는 한, 애플은 현재의 스토리지 업그레이드 가격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