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한가위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명절 후유증 탓에 만사가 귀찮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과 친척이 한 상 가득 차려 낸 명절 음식을 과식한 탓에 몸도 무겁다.
추석 연휴 내내 제사, 손님맞이 등으로 음식 장만에 분주했던 아내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등굣길에 오른 자녀는 10월 초로 예정된 중간고사 기간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스트레스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이번 주말에는 도심을 벗어나 수원에서 펼쳐지는 `수원화성문화제`를 찾아 가족 모두가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자.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성곽을 함께 걷는 시간은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
◇수원화성문화제
수원시(시장 염태영)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수원화성 및 화성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 의지를 담아 축성한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곽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 축제로 올해로 50돌을 맞는다.
수원시는 향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원화성이 지닌 가치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 및 성곽문화축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정조대왕 능 행차, 친림과거시험, 혜경궁 홍씨 진찬(회갑)연 등 다양한 전통행사를 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예종합예술공연,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효(孝)`를 배우는 볼거리
27일 저녁 7시 30분 화성행궁에서 진행하는 개막식은 시민 50인 색소폰 연주단, 경기도국립국악단, 팝핀현준, 박애리, 강산애, 무예단 등 200여명이 함께하는 축하 공연을 선보인다. 물·불을 활용한 퍼포먼스에 이어지는 불꽃 축제는 수원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28·29일 양일간 연무대와 창룡문(동문)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대형 야외 무예종합예술공연은 색다른 볼거리다. 마상쇼, 마상무예, 지상무예 등 전통 야간군사훈련(야조)과 마샬아츠, 프리러닝 등 현대 신종 스포츠를 선보이며 역동적 무대를 선사한다.
28일 오후 2~5시에 진행하는 정조대왕 능 행차는 정조대왕이 부왕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기 위해 행차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참가자 1800여명과 말 100여필이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람객에게 효의 의미를 되새긴다. 올해는 대학생 동아리, 시민, 단체, 기업, 해외관광사절단 등 50개팀 2000여명이 참여하는 시민퍼레이드를 함께 진행해 장관을 연출한다.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화성행궁 봉수당에서는 정조대왕 침림 과거시험을 선보인다. 실제 시험장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조선시대 인재를 등용하던 방법과 지혜는 물론이고 우리 전통문화까지 알려줄 수 있다.
29일 진행하는 혜경궁 홍씨 진찬연은 지난 1795년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펼쳐진 실제 행사를 재현한다. 궁중무용, 궁중음악, 궁중음식을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대왕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를 기리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다채로운 참여·체험 프로그램
수원화성문화제는 다양한 참여·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짚신을 신고 화성을 일주하는 참여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참가자 1000명을 모집한다. 창룡문을 시작으로 장안문(북문), 서장대 순으로 참가 확인 스탬프를 날인한다. 제한 시간 내 완주한 참가자에게 완주 기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가족이나 지인과 동행할 수 있어 함께 성곽을 걸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달 1일까지 매일 진행하는 화성축성체험 코너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개발한 거중기 등 화성 축성 당시 사용했던 축성기구를 직접 다뤄볼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실용적·과학적으로 축성된 것으로 평가받는 수원화성 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당시 실학사상을 느낄 수 있다.
궁중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정조대왕이 화성행궁에 머물며 집무하는 모습과 궁중 수라간을 재현하는 행사로 화성행궁에서 내달 1일까지 선보인다. 궁중 복식 체험, 포토존, 행궁 엿보기 등을 진행한다. 정조대왕, 신하, 수라간 나인, 상궁 등으로 분장한 출연자가 조선 시대 행궁 모습을 그대로 연출한다.
화성행궁광장 옆 화성홍보관에서 팔달산 입구까지 늘어선 `공방거리`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함께 제공한다. 칠보공예, 목공예, 한지공예, 설탕공예, 다도, 부메랑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름다운 행궁길, 한마당축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이 지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다.
수원 북수동에 위치한 벽화골목은 데이트나 산책에 적합하다. 지난 2011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상시 운영되고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벽화골목 투어, 벽화체험, 자물쇠에 그림 그리기, 재능기부 공연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