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시행령서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등록 대상 제외키로 합의

신규 화학물질이라도 연구개발(R&D)용은 등록 절차가 면제되고 100㎏ 이하 소량 화학물질 등록 절차는 간소화된다. 이에 따라 모든 신규 물질 등록·평가로 인해 첨단 제품 개발이 늦어질 것이라는 업계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러나 간소화된 절차라도 소량 물질 등록을 여전히 의무화하고 있어 신기술 유출 가능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4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령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당정 회의에는 김성태 의원(간사)을 비롯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화평법은 지난 5월 제정된 법으로 모든 신규 화학물질 등록·평가를 의무화해 논란이 됐다. 6~9개월에 달하는 평가·등록 절차를 거치면 전 산업에 걸쳐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법은 연구조사용 물질과 연간 100㎏ 이하 소량물질은 등록을 면제했다. 산업계는 새로운 법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환경부는 R&D용 화학물질 등록을 면제하는 안을 포함해 시행령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 의견이 당정협의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를 기초로 한 시행령 제정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정협의회에 앞서 환경부 차원에서 관련 제도 완화 필요성을 피력했다”며 “앞으로도 세부 법령 작업에 기업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협의안은 화평법 최초 내용에 비해 상당 부분 업계 의견을 반영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씨앗은 남아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소량 물질은 절차만 간소화해 영업비밀 침해 우려 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화학업체에는 조성 비율은 물론이고 생산량도 민감한 사항이다. 총량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유해성·위해성 평가를 위한 노출 시나리오 제출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사용될 고객사 생산 공정 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어 관련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5년 시행이 무리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시행령 작업이 빨리 진행된다고 해도 내년 중반에야 입법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후 시행 전까지 반년 사이에 연 1톤 이상 기존 화학물질과 신규 물질을 등록하기란 유예 기간을 감안해도 무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R&D용 화학물질 등록 절차를 면제하는 것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EU나 미국 등 선진국이 면제하는 소량물질 등록을 의무화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당정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서 화학물질 관련 사고 발생 시 사업장의 매출액 대비 최고 5%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대한 과실을 연속·고의로 내는 등 책임이 중한 기업에 한해서만 최고 과징금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시행령을 제정, 업계의 과징금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피해자 의료비를 먼저 지원하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미 108억원 규모 피해 보상 예산을 확보해놓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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