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장비 전문 기업이 뜬다…국산 장비 기술 경쟁력 돋보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세계 처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에 도전하면서 장비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CD·PDP 등 평판 디스플레이 시절에는 핵심 설비기술을 해외에 의존했지만,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위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한국이 세계 첫 개발·양산 타이틀을 거머쥔 덕분이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일본·중국·대만 등지로도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어서 장비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폴리이미드(PI) 기판·봉지 장비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국산 장비가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파일럿 라인에 대거 적용됐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성형하는 기판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TFT 성형 시 고온의 열처리를 감당할 수 없어 유리 위에 PI 용액을 코팅해 경화한 후 TFT 공정을 거친 다음 유리를 떼어낸다. 봉지 공정도 기존 OLED와 달라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OLED 발광층 보호를 위해 종전에는 유리 봉지를 사용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는 깨지지 않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노광기·증착 장비를 비롯한 핵심 디스플레이 장비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 제품이 장악하고 있으나, 플렉시블 특화 장비에는 국산 제품이 대거 포진돼 있다.

나래나노텍은 플렉시블 기판에 사용되는 PI 코팅 장비를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이 장비는 용액을 초박막 코팅할 수 있어 포토레지스트 코팅 등에 사용돼 왔다. PI를 경화하기 위한 장비는 비아트론의 열처리 장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또 주성엔지니어링의 대면적 OLED 봉지 장비를 채택했다. 소형 플렉시블 파일럿 라인뿐만 아니라 대면적 플렉시블 개발 과제에서도 국내 장비업체가 다수 낙점됐다. LG디스플레이가 주관하는 정부의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사업단에는 주성엔지니어링·DOV·GNT·나래나노텍·LTS 등이 장비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장비를 공급한 회사는 테라세미콘·SNU프리시젼·AP시스템 등이다. 테라세미콘은 열처리 장비를, SNU프리시젼은 봉지 장비 일부를 각각 납품했다. SNU프리시젼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를 사들인 바이텍스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봉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텍스는 무기물과 유기물을 차례로 쌓아 수분과 산소로부터 OLED를 보호하는 봉지 기술이다. PI를 유리 기판으로부터 떼어내는 장비는 레이저 기술을 보유한 AP시스템이 개발했다.

근래 해외업체들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눈을 돌리면서 이들 국산 장비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현재 중국에서는 비저녹스가 처음으로 3.5인치 플렉시블 OLED를 개발해 공개했으며, 일본 샤프도 옥사이드 기판의 플렉시블 OLED를 선보였다. 재팬디스플레이도 플렉시블 사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가 주도해 매년 5억대만달러(약 183억원)를 투자해 플렉시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아직 플렉시블 양산 투자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모든 디스플레이업체가 시장 가능성을 확신하는 상태”라며 “가장 먼저 양산에 참여한 장비업체일수록 노하우가 쌓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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