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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연내에 경기도 이천 D램 공장 생산능력을 30%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빚어진 D램 생산 충격파를 최소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발 빠른 대응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는 이천 D램 생산 공장 M10의 생산능력을 월 12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에서 연내에 15만~16만장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SK하이닉스는 보관 중이던 유휴 설비를 꺼내 최대한 활용하고, 청주 낸드 플래시 공장에서도 일부 설비를 반출해 이천 D램 라인에 전환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플래시 생산 계획에 차질을 감수하고서라도 D램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우시 공장 화재 전 이천 D램 라인에 있던 유휴 설비를 개조해 다른 팹에 배치하려던 기존 계획은 전면 백지화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메탈 드라이 에처 장비 몇 대를 폴리 드라이 에처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회사의 모든 가용 자원을 D램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우시 공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천 공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우시 공장 내 피해가 없는 생산라인의 조업을 재개했다. 화재로 손실을 입은 라인은 공기 정화시설 및 클린룸 복구를 완료해 10월 안에 정상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높이면 오는 11월쯤에는 화재 사고 이전 수준의 생산능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세계 D램 생산량의 15%를 담당하는 곳이다. 최근 화재로 우시 공장 생산 능력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 D램 공급량 중 6~7%가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 D램 현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DDR3 2Gb D램 가격은 2달러를 넘어서 지난주보다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우시 공장 화재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하량은 줄지만, D램 가격 상승에 따라 재고 자산 및 판매 가격 상승이 충격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안 요소다. SK하이닉스가 이천 공장에서 D램 생산량을 30%나 늘리려는 이유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우시 공장이 정상화되는 10월 전까지 SK하이닉스는 이천 공장 D램 생산을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할 것”으로 내다보며 “청주 공장의 낸드 플래시 설비까지 D램 생산에 활용한다면 회사가 실적상승 추이를 이어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