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년 창간기획]인터뷰-감덕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IT 산업의 M&A 규모는 점차 대형화 추세를 보입니다. 지난해 전체 M&A 1600건 중 1억달러 이상 중·대형 M&A는 907건으로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중·대형 M&A의 프리미엄(웃돈)도 치솟고 있습니다. 이것이 승자가 저주에 빠지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따라하기식 경쟁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나서면 앞뒤 보지 않고 M&A를 추진하는 어리석은 결정이 실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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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덕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M&A 실패 원인으로 기업의 원칙 없는 경쟁을 꼽았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으려 충분한 검토 없이 M&A에 나서고 지나친 경쟁으로 가격을 올린다. 비싸게 산 매물은 기업 부담으로 돌아오고 실패 확률을 높인다.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감 연구원은 “최근 M&A 인수전은 5~6위권 기업이 아닌 대부분 톱3 경쟁”이라며 “선두 기업끼리의 경쟁이 어느 순간 머니게임으로 변질돼 인수가격이 치솟는다”고 지적했다. 한번 올라간 가격은 업계 표준이 돼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다른 M&A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감 연구원은 좋은 기업도 중요하지만 변화 수용 범위에 맞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 후 자연스럽게 통합 가능한 `급`에 맞고 `필요`에 맞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며 “긴 호흡을 갖고 상대 실체에 이해도를 높여야지 경쟁사가 나섰다고 무리하게 따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M&A 경쟁으로 기업 위기를 자초한 델이나 HP가 아닌 독자 계획을 가지고 작지만 알짜 기업을 인수한 IBM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M&A 성사 이후에는 인수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음을 인식해 무리한 통합 추진으로 상대 기업 문화를 해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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