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수 부족분 미집행 예산으로 돌려막기

정부가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하반기 정부사업의 대대적 축소를 예고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이후 집행할 사업비 가운데 8조원가량을 집행 중단할 것을 각 부처에 주문했기 때문이다.

12일 복수의 정부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공문을 발송해 세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성이 낮거나 불필요한 사업 예산 집행을 정지하고 내년 추진사업을 미리 집행하는 것도 남기라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특단 조치로 세수 부족분 10조원 가운데 80%가량인 8조원을 미집행 예산으로 `돌려 막기`할 방침이다. 각 부처는 미집행 사업비의 60~90%를 집행 보류해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재부는 취합한 사업비를 국고로 환수, 주요 사업 예산으로 전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미집행예산 중 부처별 할당액을 정해 이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추석 이후 제출할 것을 각 부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사업 우선순위를 매기느라 비상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체 미집행 예산 가운데 3000억원가량을 집행하지 말 것을 주문받았다. 이는 미집행 예산의 70%에 해당한다. 문화부는 이를 근거로 최근 집행사업 우선순위 선정에 나섰지만 담당국실에서는 사업순위 선정에 애로를 겪는 상황이다.

문화부 정책 담당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부족에 시달리면서 집행 예산 절약에 나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 민간 기업이나 지역 지원 사업으로 집행이 예정된 사업이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래부 한 관계자도 “미집행예산이지만 사업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부처는 손놓고 있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각 부처가 할당액이 너무 많고, 할당액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업의 대대적 축소를 지시하면서 정부 지원 사업에 목을 매는 기업이나 단체로선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사업비 집행이 하반기 이후에 대거 몰려 미집행 금액이 작년 대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세출 전략을 짜는 것은 경기 침체로 세수가 덜 걷히는데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감행하면서 세수부족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국세수입은 지난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조1000억원이나 덜 걷혔다. 최근 3년 평균징수율 52.5%를 적용하면 13조2000억원을 징수하지 못한 셈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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