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 101 고속도로. 앞에 달리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S 번호판에 갑자기 `도난(Stolen)`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경찰은 곧바로 차량을 조회해 자동차 도둑을 잡았다.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면허가 정지되거나 도난 차량을 거리로 몰고 나갔다간 꼼짝없이 적발될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가 세계 최초로 자동자 디지털 번호판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아츠테크니카가 10일 보도했다. 주 정부는 도난이나 의심스러운 차량을 표시해 강력 범죄나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노린다.
디지털 번호판은 중앙 서버에서 무선 네트워크로 정보를 받는 작은 스크린이다. 평상시에는 자동차 번호가 나타나지만 도난이나 면허 정지 등 특수 상황이 생기면 `도난`이나 `무면허` 같은 경고 표시를 띄운다. 향후 번호판에 충격 센서 등을 달면 뺑소니 사고 차량 추적에도 응용할 수 있다.
디지털 번호판은 컴플라이언스 이노베이션과 스마트 플레잇이라는 기업 등이 개발 중이다. 컴플라이언스 이노베이션이 개발한 디지털 번호판은 LCD나 LED가 아닌 전자 종이다. 전면에 투명 필름을 붙여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차량 진동을 전자종이 전원으로 쓴다.
첨단 기술 도입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막대한 위치정보 수집 가능성으로 논란도 거세다. 캘리포니아 의회가 통과시킨 디지털 번호판 관련 법안에 개인정보 수입 등에 관한 기준이 모호한데다 경찰 등 주 당국이 차량 위치를 파악해 디지털 번호판에 정보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주 당국이 주행 기록과 실시간 위치 정보를 모두 볼 수 있어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제기했다.
디지털 번호판 제작사는 “번호판에 각종 글씨를 표시할 수 있지만 정부기관은 운전자 위치를 수집할 수 없다”며 “범죄 발생 시 법원의 요청이 있고 이동통신사 동의를 얻어 위치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의회 역시 당장 디지털 번호판이 위치 정보 등을 직접적으로 수집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의회는 2017년 1월까지 캘리포니아 주에 등록된 약 0.5% 차량에서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주로 UPS와 페덱스 등 대형 물류 회사 차량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뉴저지 등도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디지털 번호판 도입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