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특구, 창조경제 R&D 사업화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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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특구와 과학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지역산업 정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R&D와 기술사업화를 융합한 연구개발특구 육성과 과학벨트, 산업부 중심의 산업단지 고도화·경제자유구역청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부처 간 칸막이와 벽을 깨고 융·복합화 트렌드에 맞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특구를 주춧돌로 지식·기술에 기반을 둔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 클러스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술·사업·지역 정책을 통합하는 활발한 네트워킹으로 지식의 창출·확산·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특구와 과학벨트로 대표되는 개방형 혁신 클러스터를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풀어갈지 들여다봤다.

[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특구, 창조경제 R&D 사업화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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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으로 합성유전자와 진단키트로 창업한 박한오 사장(바이오니아), 최근 주가가 날고 있다. 실험분석기기로 성공한 ETRI 출신의 이중환 사장(케이맥), 꾸준히 기술과 제품만 보고 가는 뚝심이 돋보이는 CEO다. LED나 반도체 검사장비로 성공한 임쌍근 사장(인텍프러스), 고집스런 집념이 돋보인다. 되레 독과점 논란에 휘말려 있는 골프시뮬레이터를 생산하는 김영찬 사장(골프존)은 `골프 재벌`로 등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특구 출신이라는 것이다. 10여년씩 고생하며 코스닥 상장이라는 창업자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특구의 막강한 지원을 받았다.

연구개발특구는 대덕을 중심으로 대구, 광주, 부산 전국 4곳에 포진해 있다. 지식재산 창출과 기술사업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클러스터다.

지식창출과 기술 확산, 창업 생태계가 약진하는 `1인당 국민소득(GDP) 4만달러 혁신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특구 비전이다.

올해 지정된 부산특구를 제외한 3개 특구가 내놓은 특구 내 기업 매출 규모만 2015년 18조원이다. 기술이전 금액은 1300억원, 연구소 기업은 60개, 벤처기업 25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이 가장 활발한 ETRI를 예로 들면 `백·만·조` 전략으로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ETRI가 지난 4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방문한 자리에서 오는 2017년까지 100개 기술창업, 1만명 고용창출, 1조원 매출 달성을 약속하며 내놓은 전략이다.

특구와 연계된 전국의 출연연 40여개가 모두 ETRI와 같은 수준의 전략을 내놓을 수는 없어도 창조경제의 미션인 일자리 창출과 기업 매출 향상에는 크게 한몫할 것이라는 예견이 가능하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ETRI가 성과내면 ETRI만 단독으로 찾아오겠다. 창조경제하면서 상호 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창조경제를 만들어 가는데 ETRI가 선도해 달라. ETRI가 국민에게 인기 없지만, 정부에서는 인기가 많다. ETRI만큼만 해 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미래부가 ETRI가 속한 특구 등 출연연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특구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984건의 우수기술을 발굴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수요는 5023건에 달한다. 이를 매칭해 결과물을 얻은 예가 693건, 기술이전 금액으로는 569억원이다.

그동안 공공연구기관 보유기술이 민간에 효율적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민간 기술거래기관을 활용해 기술을 탐색하고 매칭 지원한 결과다.

특구는 최근 비즈니스 연계를 고려한 기술사업화 사전기획도 강화하고 나섰다. 선기획 후지원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업 수요에 따라 출연연과 대학 등의 기술을 매칭하고 갭 펀딩과 기술이전 과정을 거쳐 기술사업화하는 프로세스로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기술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전주기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사업화 지원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구가 처음 지정된 2005년 이후 2012년까지 기술 공동개발 및 사업화 촉진 예산은 모두 237개 과제에 1841억원이 투입됐다. 매출 효과는 2조43억원, 신규고용만 1083명이 이루어졌다.

특구 간 상호 연계해 시너지 창출과 공동기술사업화도 추진한다. 특구별 기본 콘셉트는 대덕은 IT 융·복합과 바이오메디컬, 나노융합, 정밀기기가 중심이다. 광주는 광 기반 융·복합, 친환경 자동차부품, 스마트그리드, 디자인문화콘텐츠, 바이오소재로 특화돼 있다. 대구는 스마트IT와 의료융합기기 및 소재, 그린에너지, 메카트로닉스가 중심이다. 부산은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및 서비스, 조선 해양플랜트 기자재, 그린해양기계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특구의 베이스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소 기업 육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말 기준 38개가 설립됐다. 매출총액은 725억원, 신규 고용창출은 524명이 이루어졌다. 특구는 연구소 기업 설립에 힘을 싣기 위해 기술가치 및 사업타당성 평가 비용과 추가 상용화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을 지원할 관련기관도 집적화됐다. 현재 특구 내에는 대덕에 30여개의 기술평가 및 거래, 마케팅, 컨설팅, 회계, 특허 등의 전문기관이 들어섰다. 광주에는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광주이노비즈센터가 건립 중이다. 대구에는 2014년 이후 대구이노비즈센터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부산은 아직 밑그림이 없다.

기술사업화나 창업자를 위한 스타트업, 하이업, 리프트업 프로그램이 365일 진행되고 있다. 상호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도 크게 활발하진 않아도 꾸준하다.

해외 R&D센터도 15개나 유치했다. 2012년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일본 규슈대, 생명연과 말레이시아, 원자력연과 텍사스대, 인텍플러스와 스위스 등이 협력하는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대부분 출연연이 중심이 됐다.

특구 육성 향후 계획과 관련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의 연계 강화로 특구를 창조경제의 공간적, 기능적 핵심거점으로 만드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창조경제 기반 마련을 위해 특구와 과학벨트를 연계하는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를 확대하자는 얘기다. 국가 R&D 허브 역할 강화론도 제기됐다. 과학벨트와 대덕특구, 세종시 등 전후방 입지를 고려한 공간 재배치도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재배치 중심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있다.

광주와 대구는 과학벨트연구단(사이트랩)과 연계해 광역권 R&D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구도로 그림이 그려졌다.

창의적인 국가 R&D 혁신시스템 정립을 위해 기초과학→개발·응용연구→사업화의 유기적·통합적 연계 및 발전체계도 구축한다. 개발·응용 연구중심의 특구와 과학벨트 기초과학 역량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펀딩에도 가속이 붙는다. 이미 조성·운용 중인 특구펀드의 투자 종료시점인 2016년에 특구와 과학벨트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펀드를 추진한다. 결성은 지난해 10월이다. 이 특구펀드는 오는 2014년까지 1250억원 규모로 조성·운용할 예정이다.

물론 특구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출연연의 기술사업화가 미션이지만 요즘 정부에서 유행하는 `존재감`이 문제다. 출연연에 대한 특구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제역할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대안 모색이 필요한 부분이다.

향후 만들어질 기술지주회사 등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밑으로 둬 예산집행권을 강화하거나 각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이전조직(TLO)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재단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재단 기관장 임명은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선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할 과제다.

박찬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기술사업화센터장은 “중소기업 증가율 등을 따져보면 전국 평균 1.8%인데 반해 대덕특구는 11.4%, 기업체 종업원 증가율도 전국 3.2% 대비 12.7%나 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구 현황

(제공: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