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외 기술이전, 플랫폼이 없다

지난 3일 예비 창업자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미래 글로벌창업지원센터`를 열고 해외 법제도·회계·특허·투자유치·마케팅 등 전 과정을 컨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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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창업지원센터 개소는 창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창업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지금까지 창업은 국내 시장에만 집중됐다. 유사 제품과 서비스로 창업 시장은 자기 잠식 현상을 보인다. 일부 성공사례가 나오더라도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는 스타트업·벤처가 가지를 뻗어나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창업 관점에서 해외 시장은 또 다른 가능성이 아니라 고육지책인 셈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 해외로 고개를 돌려야 할 분야가 또 있다. 바로 기술이전 시장이다. 정부와 민간에서 기술이전·사업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특허 등 지식재산(IP)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시장가격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래부는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사업화를 위해 인센티브와 세금감면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이 민간으로 확산되고 시장에 정착돼 가격이 적정 수준까지 오르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해외 기술이전·사업화 시장은 어떨까. 한 기술거래전문기업 대표는 “국내 시장에선 기술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정보가 부족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 기술을 소개하고 가격을 협상하기 위한 잦은 출장과 거래 대리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어떤 기업·기관에서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기술을 팔고 싶어 하는 쪽에서는 구매자를 찾기 어렵고, 해외 구매자는 국내 기술에 접근할 길이 없다. 깜깜한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은 눈먼 채 손만 바둥거리고 있다.

창업이든 기술이든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래 글로벌창업지원센터가 국내 창업자와 해외 시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이전 시장에서도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 해외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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