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시작은 '공유와 소통'에서부터…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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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창조경제의 해석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에서 성장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창조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 IT코리아 성공신화 중심에 섰던 이기태 창조경제포럼 의장과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와 벤처 업계 젊은 혈기가 만나 허심탄회한 논의를 펼쳤다. 각자 전문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점치면서 이들은 공유와 소통에서 창조경제가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정보와 사물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한 명의 사람, 하나의 제품, 특정 산업 분야가 아닌 모든 것의 공유와 협력에서 창조경제가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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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이기태 창조경제포럼 의장(연세대 특임교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고종옥 포비커 대표

김정헌 프로젝트옥 대표

이재연 산업통상자원부 디자인생활산업과 사무관

현영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반담당관실 사무관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기자

-새정부 출범 후 한동안 창조경제 정의를 놓고 혼란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도 각자 분야가 다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다. 창조경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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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옥 포비커 대표=독일은 수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해 그 부가 기술에서 로열티를 받고 있고, 일본은 캐릭터사업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창조경제의 후보로 뽑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이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도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 창출도 창조경제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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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프로젝트옥 대표=20·30대 청년층 대다수는 창조경제를 잘 모른다. `창조`라는 단어 자체에 모호성도 있지만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창조에 속해 있다고 본다. 무엇이든 한 순간 정의를 하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셰어하우스도 창조경제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비즈니스 중에서 창의적인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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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산업통상자원부 디자인생활산업과 사무관=산업통상자원부는 고급 두뇌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창조경제의 실행전략을 짜고 있다. 설비산업을 예로 들면 기존처럼 공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더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획설계에 비중을 높여 산업을 고도화한다는 식이다. 담당업무인 디자인에서 창조를 얘기하면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와 디자인의 융합을 언급할 수 있다. 디자인산업 자체가 상당히 영세하지만 타 산업과 디자인을 밀접하게 결합하면 고객의 동선을 이용한 설계 등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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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반담당관실 사무관=창조경제는 추격형 성장에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제는 창의력이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없던 것일 수도 있고 융합일 수도 있다. 이것들이 산업화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일반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도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미래부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쉽게 공유되고 사업화 아이디어가 보호되는 장치들을 준비 중에 있다.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보호될 때 창조경제가 시작될 것이다.

▲이기태 창조경제포럼 의장=지금 창조경제는 각 분야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중요한 화두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흐름과 정신이 하나의 창조경제다. 과거와 다른 것을 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하나의 자기 전공만을 가지고 새로운 사고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의 수렴이 필요하다. 흔히 창의적 인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는 건축가·미술가·의학자도 아닌 통섭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가는 추종이나 수동적인 행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모두가 창조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고 통섭적 사고를 통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의견을 들어보면 현 정부의 창조경제는 현재진행형이라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의 방해요소와 지양해야 할 부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정헌=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많이 내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물론 도움도 있겠지만 회사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볼 때 투입 대비 성과는 크지 않다. 차라리 지원금보다는 융자금이나 투자금이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각종 육성정책도 붐업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각 기업이 창조경제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자인을 예로 들면 현대 산업에서 디자인은 필수요소지만 벤처기업 입장에서 디자이너 수당은 감당하기 힘들다.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자금 지원보다는 필요할 때 이들과 소통하고 조언을 받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

▲고종옥=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최근 게임 콘텐츠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등을 중심으로 많은 문제제기가 있다. 사행성과 폭력성 게임은 자제해야 하지만 게임 자체를 문제시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점점 커지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잉여시간 활용이 늘고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창조경제가 살려야 하는 부문인데 잘못된 오해로 풀이 죽고 있다. 게임 등 스마트폰 콘텐츠는 영화·책과 같은 문화콘텐츠다. 이를 술과 마약 같은 것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으면 안 된다. 하나의 스마트폰 게임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시대다. 이런 폭발적 성장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이기태=경제성장을 말할 때 항상 규제가 언급되는 데 규제는 각자의 입장에서 다를 수 있다. 어떤 집단에선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도가 다른 집단에겐 지원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가 쉬우면 다 100점을 받는 법이다. 해석을 다시 하면 다르게 볼 수 있다. 만약 규제로 기업활동에 영향이 있다면 규제를 헤쳐나가는 일에 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그 규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바로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넓은 분야에서의 이해와 다양한 정보의 공유가 주요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공유라는 가치가 과연 창조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는가.

▲이기태=기업에 있어 공유가치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난한 농부에게 농사기술을 가르쳐서 공유하면 영구적인 가치가 된다. 지금은 사회가 일시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공유가 시대적 가치를 대변할 것이다. 대기업이 기부금을 내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공유를 말할 수 없다. 진정성이 있는 공유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벤처회사들이 모이고 특출난 인재들, 경영에 필요한 요소들, 아이디어들이 공유와 소통으로 창조경제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현영목=산업계간 소통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산업 범주보다는 창의성을 화두로 기존 산업과 ICT, 과학기술의 접목으로 좀 더 향상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면 처음 그 규모는 작지만 다른 산업과 소통으로 기술을 접목하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할 수 있다. 농업, 물류 등 다양한 기존 산업이 창조라는 방향성에서 같이 소통해야 한다.

▲김정헌=전통산업의 구태의연함을 바꾸는 것도 창조라고 생각한다. 지금하고 있는 셰어하우스 사업도 엄밀히 말하면 과거 부동산업이다. 기존 산업에 공유가치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혁신을 하는 과정에 창조경제가 있다고 본다.

▲이재연=공유는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공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가 우선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K팝, K디자인처럼 우리의 색을 입힌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콘텐츠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 등 무형의 자산들이 보호받을 때 창조경제도 시작할 수 있다.

-취업 준비에 한창인 청년들은 아직 미래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정헌=창조경제에선 자발적 동기가 부여된 사람이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벤처기업 생활이 힘들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상이 확실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여건상 그렇지 못한 예가 많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창조경제에 나선 인재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미래 주역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일군 시장을 보호해주는 것도 일종의 보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시장에 자본력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소비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원천 아이디어의 가치는 보호해주어야 한다.

▲현영목=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가정신으로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도전적 창업을 하려 하면 주변에서 만류한다. 취업 시장과 공무원고시의 안정성을 우선 선호하는 게 지금의 사회다. 도전을 하고 싶지만 실패에 따른 위험이 워낙에 크다보니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 실패 후 재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청년 사업가들의 도전정신이 원활히 표출될 수 있는 안정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재연=창조경제에선 무형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없는 것도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와 제도가 중요하다. 아직은 무형의 콘텐츠에 권리보장이 약하다. 창조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고종옥=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창조경제 특성상 초기 시장은 매출이나 실적 부분이 미미한 사업이 많을 것이다. 어떤 분야건 초기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가 열리긴 했지만, 아직은 코스닥 상장을 위한 가점제도 정도로 이용되는 분위기다. 좋은 제도를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험도가 적은 기업들만 코넥스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만큼 투자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기업들도 코넥스에 올라갈 필요가 있다. 어렵지 않다. 실전적인 부분만 조금 손을 보면 된다.

▲이기태=창조경제에 대해선 아직 심도 있는 토의가 많이 필요하다. 창조경제에 우려가 많은데 주요 정책집행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추진 상황이 사회와 잘 공유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창조경제에 문제제기나 오해 등도 많은데 관행의 틀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스며들어 창조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창조경제에 대한 홍보가 잘되어야 하고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젊은 주역들이 패기를 가지고 남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교환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면 10년 뒤의 대한민국은 변해있을 것이다.

정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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