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인도네시아에서 철과 빛을 쏘아올리다

Photo Image
[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인도네시아에서 철과 빛을 쏘아올리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파이낸싱 현황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으로 110㎞를 버스로 달리자 자바 해협과 맞닿은 찔레곤 시(市)가 자태를 드러냈다. 자바 해협은 수백 년간 물소가 점령한 영토다. 농업과 어업이 본업인 찔레곤 시는 자바 해역을 중심으로 국민이 생계를 이어간다. 대표적인 저개발 지역으로 차로와 항만 시설이 낙후돼 흡사 대한민국 시골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야자수를 안전 장비없이 차로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들과 공단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주워 생활하는 주민들. 가는 길은 험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사람의 손길 보다 물소의 영토로 알려진 찔레곤 시가 전기를 밝히는 철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

[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인도네시아에서 철과 빛을 쏘아올리다
Photo Image

◇24톤 트럭 75만대, 자바 해협을 메꾸다

한국 정부와 포스코는 총 투자비 2986만 달러를 들여 찔레곤 시에 369핵타(약 112만평)의 자바 해협 인근을 철과 전기의 생산기지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 연산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인니일관밀 합작사업)를 동남아시아 최초로 짓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1만여 현장 근로자는 항만과 도로, 전력, 용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12월 23일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 2010년 첫 삽을 뜬 일관제철소는 3년여 간 24톤 트럭 75만대가 흙을 실어 날랐다. 일 평균 300대 트럭이 오가며 부지 조성을 완료했고, 이로 인해 인근 6개의 산과 1개 저수지가 사라졌다. 일관제철소 준공을 통해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철강 시장을 선점하고,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조강생산 능력을 확대·현지화 한다는 목표다. 일본·독일 등 해외 선진국 일색이던 철강 시장에서 글로벌 리딩 철강기업으로 서기 위해 고로와 제강, 연주, 후판 등 모든 철강생산 설비를 갖춘 동남아시아 최초의 전공정 제철 생산 기지를 바다를 메워 짓고 있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현장 입구에는 국영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Krakatau) 스틸` 포스코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현지 국영철강사인 크라카타우 스틸(합작지분 30%)을 끌어들여 생산되는 슬라브와 후판 판매처를 다변화하는데 성공했다.

◇철의 콜라보레이션 `창조`라고 쓰고 `우리`라고 읽는다

포스코의 일관제철소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전공정 철 생산 기지 구축이라는 의미 외에 모든 공정에 우리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비록 포스코 계열사 협업 시스템이 핵심이지만, 2단계 사업인 제철소 추가 설립 작업에 많은 한국 기업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제철소 자재 건설은 자회사인 포스코 건설이, 자가 전기 생산은 포스코 에너지, 전산 설비 등은 포스코ICT와 포스코 파워, 노재 정비 분야는 조선내화와 켐텍이 전담한다. IT기업 참여로 포스코는 철강산업에도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접목, 경쟁력을 확보했다. 물류 트래킹 작업에 완전 자동화를 실현했고, 무인 생산 시스템도 갖췄다.

우리나라 기업이 지분투자부터 현지 생산까지 사업 전단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창조형 사업인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 확대가 예상된다. 현장 소장을 따라 나선 공장 투어. 복합하게 얽혀 있는 공정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제선과 제강, 후판, 환경에너지 공장이 하나의 날실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철 생산은 제선(원료·소결·코크스·고로)과 제강(연주), 후판(압연), 환경에너지(배수종말·가스 설비)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또 하나의 빛, 전기를 쏘아 올리다

일관 제철소 옆 부지에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발전소가 위용을 자랑했다. 철을 생산하면서 나오는 폐가스로 전기를 생산해 다시 제철 설비를 가동하는 `부생가스 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산 300만톤 규모 제철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로가스(BFG), 코크스가스(COG), 제강전로가스(LDG)를 포집해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발전소다. 연간 1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부생가스 발전 사업에만 1억9400만달러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제공됐다. 발전소가 돌아가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5억㎡ 부생가스를 활용해 15억k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8월 포스코에너지는 1호기를 개통하고 부하테스트를 벌이고 있었다. 제철소 완공과 함께 12월 말 종합 준공을 통해 내년 3월 경 전력을 공급한다. 실제 부생가스 생산 공정을 둘러보니, 가정집에 있는 버너의 원리와 흡사했다. 제철소에서 부생가스를 들여와 불로 태운다. 양 옆에 대용량의 물을 저장해놓는데, 가스를 태우니 물이 스팀으로 변했다. 이 스팀의 압력과 온도가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커진다고 한다. 이 스팀을 다시 터빈으로 끌고 와 마찰을 일으키며 돌린다. 그러자 전기가 발생했다.

인구 2억700만명. 평균 경제 성장률 6% 이상인 인도네시아는 분명 매력적인 자원국이다. 하지만 시설 낙후와 인력 조달의 어려움, 부패한 공직기관 탓에 한국 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끌어가는데 많은 장애가 있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제철 산업은 `공장을 돌리면` 적자가 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원료 가격은 30% 이상 올랐고, 일본과 독일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로비행위까지 벌인다. 그럼 왜 이 시장에 뛰어들까?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철을 안 쓰는게 아니라 모른다는 게 그들의 답변이었다.

5~6년 뒤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철강소비국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판단아래 한국 기업이 응집해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을 만드는 것. 물소의 영토에 빛과 소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찔레곤(인도네시아)=


[표] 포스코 일관제철소·부생가스 발전소 사업 현황 자료-크라카타우 포스코·포스코에너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