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10곳 중 5곳은 IT기업이다. 경기불황 등을 이유로 이들이 쌓아둔 현금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사업 재투자나 주주 배당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네트워크월드는 금융조사업체 팩트셋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보고서를 인용, 금융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3월말 현재 현금 자산 보유액이 1조2900억달러(약 1420조원)라고 보도했다.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수치다.
상위 10곳 중 5곳을 IT 기업이 차지했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구글과 시스코, 애플이 5위까지 줄을 이었다. 1위인 제너럴일렉트릭을 제외하면 5위 내는 모두 IT기업이 차지했다. 오라클은 7위다.
5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총 2551억달러(약 281조원)로 전체 기업의 19.8%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2492달러(약 274조원)를 웃돈다.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곳은 MS다. MS는 6월말 현재 총 770억달러(약 85조원)을 쌓아뒀다. 현금은 38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단기투자 유가증권이 730억달러(약 80조원)에 달했다. MS는 현금 보유액이 200억달러(약 22조원)이던 2008년 이후 꾸준히 늘렸다.
두 번째로 현금이 많은 IT기업 구글은 총 540억달러(약 59조원)를 가졌다. 구글 역시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현금 보유액을 늘려왔다. 시스코(약 55조원), 애플(약 47조원), 오라클(약 35조원)이 뒤를 이었다. 애플은 조사 결과 외에도 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 막대한 장기투자 유가증권을 별도로 보유했다.
IT기업이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경기 불안 심리가 여전해 섣부른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기업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은 강해진다.
팩트셋은 현금 보유액이 증가하는 것은 몇 년 사이에 생겨난 일반적 현상이지만 IT 업계에서 특히 강한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확보한 현금은 투자 요구액보다 훨씬 많으며 지금도 꾸준히 쌓인다는 설명이다. 현금이 필요한 젊은 회사보다 성숙한 회사일수록 현금을 틀어쥐는 경우가 많다.
니킬 바라이야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교수는 “최근 몇 년간 IT기업이 현금 보유액 상위 업체로 올라섰다”며 “전략적 인수합병이나 신규 투자, 배당 형태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등의 압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과 시스코가 압박 때문에 주주 배당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주요 IT기업 현금 보유액(MS는 6월, 나머지는 3월 기준)
자료:팩트셋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