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대장금이 한우불고기 버거를 파는 나라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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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연결되는 중앙 상권 골목에 우리나라 영화관이 들어서고 곳곳에 롯데리아 등 한국 가게가 즐비했다. 베트남 한류 문화가 새로운 융합 산업으로 연결되는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베트남 CGV를 찾았다.

[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대장금이 한우불고기 버거를 파는 나라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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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대생들이 베트남 CGV 극장 내 한국 영화 포스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방신기의 팬으로 알려진 이들은 롯데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롯데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대장금이 한우불고기 버거를 파는 나라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평일인데도 베트남 대학생과 연인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CGV는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베트남 현지 배급사인 메가스타(Megastar)를 인수했다. 메가스타는 2010년 베트남 영화배급분야 시장점유율 61%, 상영 점유율 50%인 1위 기업이다. 하노이와 호치민 등 주요 도시에 7개 영화관(스크린 54개)을 운영 중이다.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CGV는 한국 상영관과 다를 게 없었다. 팝콘과 콜라를 팔고 2D와 3D영화를 구분해 상영한다. 영화 가격은 대신 절반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베트남 교민 대상의 영화관을 생각했지만 그 편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현지 베트남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은 한류가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곳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 현지 TV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기초를 다졌다. 의가형제, 느낌, 별은 내 가슴에, 겨울연가, 대장금, 풀하우스 등 폭발적인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베트남정부가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 20∼22시 시간대 방영물 가운데 30%를 자국산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도록 하면서 드라마 열풍은 이전보다는 주춤한 상태다. 대신 영화 산업에 한국 기업이 뛰어들며 한류의 재확산을 위해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베트남 CGV에 걸린 영화 중 한국영화는 단 한편 뿐이었다. 하지만 젊은 베트남 세대는 한국이라는 국가에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었다. CGV에 걸린 한국영화 포스터를 보며, 젊은 베트남 세대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류를 아느냐고 질문 하자 “동방신기와 신화, 빅뱅, 비스트 등 K팝을 잘 안다”며 관심을 보였다.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 한류 열풍을 이어받은 주자는 단연 K팝이다.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JYJ, 신화, 빅뱅, 2PM, 비스트 등 많은 한국 아이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20여 팀의 한국 가수가 방문할 정도였다.

◇한국영화와 사랑에 빠진 베트남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 다른 산업으로 확장돼 시너지가 일고 있는 대표 나라다. 특정 국가에서 한류가 자리 잡을 때 이에 대한 경제효과는 해당 문화에서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파급된 관련 산업에 의해 크게 배가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 412달러가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문화상품을 소비하게 되면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근접도가 높아져 그 문화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 한류가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막 개화를 하는 시점이었다. 그 출발은 단연 영화산업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영화산업을 기점으로 리테일과 금융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잡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베트남에서 영화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베트남 영화시장 진출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글로벌 영화 배급·운영사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베트남전 이후 30년 가까이 국가 홍보와 전쟁 위주의 영화만을 제작했던 베트남은 2002년부터 영화산업을 개방했다. 2006년 영화 제작의 할당제를 없애고 이른바 영화산업의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국영기업인 파필름(Fafilm)이 영화 수입을 독점했지만, 2002년부터 민간 기업의 영화 수입이 허용됐다. 이후 베트남 영화 수입은 메가스타, 갤럭시, BHD, 롯데시네마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베트남을 영화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있다. 롯데쇼핑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영화시장 허브로 베트남을 선정하고 2008년 5월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했다. 2009년부터 영화 배급업을 시작했다. 2개 극장을 운영 중이던 베트남 합작법인 DMC의 지분 90%를 인수해 베트남 국영기업 파필름과 합작형태로 `롯데 시네마 베트남`을 설립했다.

롯데 시네마 베트남 법인은 영화 산업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1년부터 영화 상영관을 늘리고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 다낭 등에 7개 영화관을 운영 중이다. 올해 말까지 3개 영화관을 추가로 개관해 11개 영화관을 운영할 계획이며, 2018년까지 30개 이상의 영화관을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향후 연간 15년 내외의 한국 영화 배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렇다면 CJ와 롯데는 왜 베트남 영화산업에 집착할까? 두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문화산업과 함장기업 시너지

베트남에서 두 체인 스크린 점유율은 80%를 넘어설 정도로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CJ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플랫폼으로 삼아 뚜레쥬르 등 CJ푸드빌 음식점을 진출시켜 이곳에서 외식상품은 물론이고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의 가공식품, 식재료를 함께 판매한다. 이와 함께 홈쇼핑까지 진출해 베트남과 합작회사 SCJ를 세워 다양한 한국 제품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롯데쇼핑도 하노이 중심가에 `롯데 센터 하노이`를 랜드마크로 건립 중이다. 이를 통해 호텔사업은 물론이고 대형 마트, 주상복합 오피스 사업에까지 손을 댄다. 영화 산업을 수단으로 활용해 브랜드의 친근함을 높여 리테일 산업으로 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콜라보레이션(협업) 비즈니스 모델이다. 멀티플렉스 극장과 함께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이 동반 진출해 베트남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이제 문화 콘텐츠 산업에도 함장기업 모델이 주가 되고 있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서는 함장기업(Flagship)인 선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부품기업이 해외에 함께 진출해 수직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중국 등지에 부품 중소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형태가 이에 해당한다.

문화 콘텐츠 산업도 이제 제조업 형태의 협업 시스템이 도입돼 다양한 소비재 기업간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 부품 공급 등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한류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공동 진출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8%에 이를 정도로 높아 소비시장으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인구 가운데 소비성향이 큰 25∼35세 여성인구가 15.6%, 15세 미만의 유아·아동이 25.1%로 매우 높다는 점 역시 한류 활용 가능성을 더 확장시킨다.

하지만 베트남 사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소비시장이 유망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격이 소비의 가장 큰 결정 요인이다. 아직은 저소득 국가인 탓에 구매력이 높지 않아 수익성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 K팝이 아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연 등을 통해서는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류 스타를 통한 마케팅, 한국 드라마를 통한 한국 제품의 고급 이미지를 실제 수익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또 다른 유통, 가격 전략이 필요하다.

하노이(베트남)=


[표] 베트남 영화 상영 시장 현황(2012년)

[표] 베트남 국가별 영화 수입 현황(2012년)

[표] 베트남 영화 사업자 영화관 운영·배급 현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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