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요.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시작해 작게나마 결과물을 내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일본 대표 창조경제통인 다카하시 마코토 일본교육대학원대학 교수는 “한국의 창조경제는 새정부의 국가 어젠다와 맞물려 지나치게 무겁고 경색돼있다”며 “한국의 특장점에 최적화된 창조경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가 꼽은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은 `한류 문화`다.
“ICT와 과학의 접목 등 뜬구름 잡는 식의 중후장대형 중장기 전략과 계획, 그에 따른 고비용 예산이 필요한 것만이 창조경제의 전형이 아닙니다. 이미 일본 정부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차세대 창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베 정권은 전 세계적인 K-팝·드라마 열풍에 맞서, 일본 문화의 해외 진출을 위한 `쿨 재팬` 정책을 진행 중이다. 쿨 재팬은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J-팝 등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일식 요리, 사케(술), 다다미(건축), 유도, 검도, 다도 등 일반 생활문화까지 포괄한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2020년까지 1000억엔(약 1조1000억원)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는 약 500억엔을 투입한다. 영상 현지화 지원에 95억엔, 마케팅 지원에 60억엔, 해외방송국과 공동제작에 15억엔 등 총 170억엔을 영상콘텐츠 산업에 투입한다는 게 다카하시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제4회 글로벌 트리즈(TRIZ) 콘퍼런스`에 특별 연사로 초빙된 다카하시 교수는 “1억 인구의 내수시장이 탄탄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창조경제의 시작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염두해둬야 한다”며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류문화에 `캐시카우`를 융합시켜, 실제로 돈이 벌리는 산업으로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요건으로 `개방성`을 강조하며 “소니의 경우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음악·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각각 한 때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으나, 사내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이들을 창조적으로 융합시키지 못해 결국 회사 전체를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고 분석했다.
도쿄교육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다카하시 교수는 쓰쿠바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도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후 지난 1974년부터 창조개발연구소를 설립·운영해왔다. 현재 소켄리서치연구소 회장이며 일본 창조성학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