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전력 등 국가기간 시설은 안녕한가

통합진보당 비밀회합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크다. 진실이라면 진보 정치세력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그 반대라면 국가정보원은 대선 개입 논란보다 더한 역풍을 받는다. 진실은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가려지겠지만 발언 속에 드러난 극단적이며 단선적인 사고는 심지어 진보세력마저 한숨을 짓게 만든다.

특히 전기·통신을 비롯한 국가 기간시설 파괴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 돈키호테식의 치기로도 볼 수 있지만 KT 혜화 지사와 분당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같이 엄연한 국가 보호 시설 파괴를 언급한 것 자체가 범죄 모의 혐의를 받을 만하다.

어느 나라나 전쟁이 발생하면 적의 기간시설부터 먼저 타격한다. 적의 혼란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간 시설을 법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이유다. 이런 곳을 쉽게 파괴할 수 있겠는가 반문하는 이도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군 시설처럼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간시설은 민간 소유다. 비용 절감이 자칫 허술한 관리를 부를 수 있다. 또 작은 방심에 대형 사고가 늘 터질 수 있다. 1994년 지하케이블 화재로 인해 발생한 통신대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보다 지금의 우리 사회 통신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위험도 더 커졌다. 전기가 끊기면 통신도 마비된다. 아예 몇 사람만으로 언제든 뚫릴 수 있는 곳이라고 가정하고 빈틈없이 보안 대책을 짜야 한다.

최근 우리는 사이버테러 대응에 집중했다. 잇달아 발생한 인터넷 대란과 사이버 테러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물리적 보안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비밀회합 발언이 경각심을 새삼 일깨운다. KT는 곧바로 전화국과 IDC에 대한 테러 대비 비상근무를 실시했다.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KT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점검까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

정부는 이참에 물리적 보안부터 사이버테러 대응까지 총체적으로 기간 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보호시설로 지정해도 사이버테러로 숭숭 뚫리는 마당이다. 민간이 제대로 관리하는지, 더 지정할 시설은 없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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