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스프레드트럼 손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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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세계 4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인 중국 스프레드트럼과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파운드리와 AP·모뎀(베이스밴드) 고객사이자 협력사로 묶이면서 `윈윈` 전략을 편다. 삼성전자로선 애플 AP 물량이 빠진 파운드리 사업의 빈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중국의 거대 보급형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스프레드트럼은 28나노미터(㎚) 파운드리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향후 양산 일정을 논의 중이다.
스프레드트럼은 지난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AP 시장 점유율 12%를 차지한 중국 팹리스 기업이다. 대만 미디어텍에 이어 중국 중저가 피처폰 시장에서 약진한 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독자적인 3G 이동통신 표준인 `시분할연동 코드분할다중접속(TD-SCDMA)`과 4G 표준 `시분할 롱텀에벌루션(TD-LTE)` 베이스밴드 설계 기술을 보유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용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에 AP와 베이스밴드를 공급해왔다.
삼성전자는 스프레드트럼을 안정적인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파운드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애플이 차기 AP 모델인 `A7` 양산을 대만 TSMC에 맡기면서 떨어진 가동률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중국 보급형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 공략도 한결 수월해졌다. 스프레드트럼은 지난달 중국 국영기업 칭화홀딩스가 13억8000만달러에 인수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팹리스 핵심 업체로 떠올랐다. 중국 보급형 스마트 기기 시장은 대만 미디어텍 AP가 50% 이상 장악했지만 미디어텍과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그동안 거래가 없었다.
양사 소식에 정통한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보급형·다 모델 전략에 발맞춰 중국 시장에서 스프레드트럼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결국 삼성전자와 스프레드트럼이 서로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중국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을 놓고 한국·중국·대만·미국 업계 간 벌이고 있는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정부와 업계가 직접 TSMC의 경쟁상대로 삼성전자를 지목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다 모델 전략을 펴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 한 번 격돌을 예고한다. 퀄컴이 중국 독자 베이스밴드를 지원하는 중저가형 칩을 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TSMC·인텔, 퀄컴·애플·미디어텍·스프레드트럼 간 AP와 파운드리를 놓고 복잡한 수 싸움도 예상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