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 경쟁력 취약…IT 수혈 필요"

취약한 한국 의료산업 경쟁력을 이른 시일 내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앞선 의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이른바 `H-ICT`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화에서 뒤졌지만 정보화에 앞서갔듯, 의료산업도 차세대 `H-ICT`를 선도하면서 세계 일류로 도약하자는 제안이다.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 모바일 등 첨단 ICT를 활용한 `H-ICT 플랫폼`을 선점하면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송시영 연세의료원 의과학 연구처장은 27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창조경제포럼 8월 조찬간담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수출입 상황을 “주사기와 찜질기를 팔아서 자가공명영상(MRI) 장비를 수입해 오는 격”이라며 “이 같은 현실의 타개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과 ICT를 융합한 차세대 H-ICT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액은 17억달러 수준으로 1위 미국(468억달러)과 2위 독일(272억달러)은 물론이고 9위인 일본(79억달러)과 10위 멕시코(71억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송 교수는 이 같은 원인을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융합과 중개연구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의료현장과 기초연구, 산업체 간 기능 분산과 융합의 경험 부족 △산업화 전문기능 미흡 △미래 예측능력 부족 △의료현장의 역할 극대화 미흡 △기초연구와 상업화 연구의 투 트랙 개념 부족 등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H-ICT를 접목해 우리 의료산업의 취약점을 개선하면 가능성은 크게 열려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송 교수는 “의료산업 고용유발효과가 제조업의 2.2배에 이를 만큼 산업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므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스마트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에서 의료ICT를 적극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모바일로 시공을 초월한 실시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재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접목하면 의료서비스의 경제성과 유연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송 교수는 개선 방안으로 “H-ICT 성공을 위해서는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 해외진출 전략 수립, 정부와 의료계, 기업의 이상적인 역할 분담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기태 창조경제포럼 의장도 “의료IT 융합시장이 7년 후에는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해법으로 의료IT 운용체계(OS)와 같은 플랫폼 선점과 의료기기 분야 투자 확대, 인력 양성 등을 제시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선진 국내 의료ICT 구축 경험을 활용,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병원 간 임상 데이터 등 의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의료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과 대형병원 중심으로 산업 틀을 만들고 중소기업에서 실무를 수행하는 상생 모델 구축도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아직까지 세계적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의료ICT 표준을 우리나라가 앞서 수립하면 국제표준을 선도해 뒤처진 산업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의료산업 외 다른 산업의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활용, 의료기기 생산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김성수 산업통상자원부 융합바이오팀장은 “의료기기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외산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공동 노력으로 국산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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