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20일(화) 오후 10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 손상에 영향을 줬다는 보건복지부 공식 발표가 있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문제가 된 제품은 시장에서 수거됐다. 시정명령과 과징금, 검찰 고발 등 조치도 뒤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가습기 문제는 자연스레 잊혀졌다. 그러나 12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정말 그렇게 끝난 것인지 시사기획 창이 추적했다.
방송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아내를, 자식을 잃은 피해자들을 만난다. 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넣어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부터 엄청난 병원비로 인한 생활고까지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피해보상은 지금까지 아무 것도 없다. 보건복지부의 최종 원인 규명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역학 관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정부도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에 난색을 표한다. 피해자들은 1년 넘게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힘겹게 민사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부터 팔리기 시작해 2011년까지 14년간 유통됐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됐다. 세계적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국가가 없어 임상적, 조직학적으로 동일한 사례를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14년간 이 제품의 위험성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고 120여명이 생명을 잃었다. 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인지 규명해보고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날 여지는 없는지 국가의 제품 관리 시스템을 집중 점검해 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