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지 본딩와이어·솔더볼 시장, 외국계 밀어내는 한국산

반도체 패키지용 본딩와이어·솔더볼 시장에서 최근 한국 업체들이 일본·독일 등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며 약진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발빠르게 신소재를 내놓는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에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패키지 업체들의 제조 시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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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케이전자가 생산한 금 본딩와이어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회로와 리드프레임(패키지의 다리 부분),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연결하는 본딩와이어, 리드프레임, 솔더볼 시장에서 최근 국내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한 데 비해 본딩와이어·솔더볼 시장 국산화율은 50%를 넘었다.

본딩와이어 시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나카귀금속과 스미토모금속, 니폰금속(NMC) 등 일본 업체와 독일 헤라우스가 과점한 시장이었다. 다나카귀금속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기도 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엠케이전자, 희성소재 등이 기술력을 갖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95% 이상 쓰이는 금(Au) 기반 본딩와이어 시장에서 세계적으로는 다나카귀금속·헤라우스·엠케이전자 순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엠케이전자가 50% 가까이 확보했다. 지난 2008년 38%에서 지난 연말 42%까지 성장했고, 비율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스미토모금속이 지난해 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국내 업체 점유율은 더 높아졌다.

볼그리드어레이(BGA)나 플립칩(FC) 패키지에 쓰이는 솔더볼 시장에서는 덕산하이메탈이 국내 수요의 70% 이상 공급하고 있다. 이 시장 역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일본 센주금속이 약 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솔더볼은 대부분 국산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BGA 수요가 한국에 30~40% 몰려 있어 국산화 비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팔라듐, 구리(Cu)도금, 은(Ag) 와이어 등도 국내 업체가 강세다. 금 와이어에 비해 쓰임새는 적지만 신뢰성이나 내열성·내습성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등에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금 가격이 올라가면서 합금 제품이나 신소재 와이어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 제품이 없는 다나카귀금속에 비해 유리하다.

다른 소재에 비해 반도체 본딩 소재 국산화율이 높은 이유는 기술 평준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가격·마케팅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소자 업체와 스테츠칩팩·앰코테크놀로지 등 패키지 업체가 제조 시설을 한국에 두고 있어 고객 대응이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의 요구 조건을 파악하는 데 한국 업체가 유리해 최근에는 기술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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