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사람들]비즈니스 세계에서 인내력은 필수

○…참을 `인(忍)`자를 세 번 마음에 새기면 살인도 피한다고 하지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인내력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A 부회장은 다혈질적인 기질로 유명하죠. A 부회장의 전무 시절 이야깁니다. A 부회장은 해외 파트너와 중요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던 협상이 상대방의 잇단 딴죽으로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네요. 평소 성질을 누르고 협상에 임했던 A 부회장이 폭발하기 일보직전. A 부회장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통역을 담당하던 실무자의 손과 입도 바빠질 수밖에 없었죠. 결국 폭발한 A 부회장의 입에서 험한 막말까지 나왔습니다. 전전긍긍하던 통역에게 A 부회장이 외친 말. “야 내가 한말 토씨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통역해. 욕도 그대로 전해.” 통역은 계약이 깨질까 진땀을 흘렸죠. 그러나 다행히도 상대 회사에서 섬성전자 요구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협상 담당자가 A 부회장의 기세에 밀렸다는 후문입니다.

○…살다 보면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로 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있죠. 공무원이라고 다를까요. 보통 중앙부처 국·과장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목받을 만한 업무는 자기 부서에서 맡으려고 기를 쓰지요. 그런데 B씨는 “허허… 그래 다 가져 가세요” 하면서 타부서로 일을 미뤘다고 합니다. 옆 부서 팀원들은 쏟아지는 업무량에 죽을 맛이었지만 B씨 휘하 직원들은 여유가 있었답니다. 그런 식이니 B씨는 본부, 핵심 보직이 아닌 비주류 부서로 밀리고 지방을 전전했다고 하는데요. 정부 조직개편을 몇 번 거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산업 트렌드는 바뀌고 국에 불과한 부서는 청으로 승격했습니다. 이렇게 바뀐 부처의 핵심 업무에 딱 맞는 인물을 찾으니 여러 비인기 보직을 두루 거친 B씨가 적임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B씨는 청장, 공기업 CEO, 장관까지 지내며 공무원이라면 탐낼만한 지위는 모두 거치며 최고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적당히(?) 일 합시다.

○…현직에서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은퇴 후 다른 자리로 옮겨 성과는 커녕 낭패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C씨도 그런 경우입니다. 대기업 부회장까지 지낸 C씨는 재산도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중소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과 잦은 충돌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는 최악의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C씨는 중소기업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겁니다. 대기업에서야 성과가 가장 첫 번째지요. 그 사람이 없어도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윗 사람이 막말을 하더라도 무리한 일을 지시하더라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어디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핵심 인물 한명이 없어지면, 혹은 누구 하나가 잘못된 길로 가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 속에서 경영자와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체제인거지요. 아무리 큰 조직을 경영해 봤다고 해도, 자만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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