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집단의 돈세탁에 악용된 가상화폐 서비스 리버티 리저브를 미국 정부가 폐쇄하자 또 다른 창구가 기승을 부린다. 새로 떠오른 장본인은 `퍼펙트머니(Perfect Money)`라고 인포메이션위크가 13일 보도했다.
EMC 보안 사업부 RSA의 이단 아하로니에 따르면 리버티 리저브 사이트를 활용하던 100만 사용자가 돈을 송금하고 세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다. 특히 훔친 신용카드 정보를 거래하는 범죄자들은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으로 퍼펙트 머니를 선택했다.
퍼펙트머니는 지난 6월 고객자문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미국 시민이나 거주자, 회사는 퍼펙트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버티 리저브 사태 이후 미국 규제 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외 지역에서는 점차 사용자가 늘어난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퍼펙트머니는 파나마에 기반을 두는 가상화폐 서비스다. 20가지 언어로 서비스되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영어만 사용한다. 아이슬란드 최상위 도메인인 `is`를 사용하는 웹사이트에는 투자 자문을 위한 홍콩 우편 주소는 있지만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는 없다.
사용자 간에 퍼펙트 머니를 교환하고 각종 프로젝트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인터넷 상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금, 달러, 유로를 구입하는 데도 쓰인다. 전자 계좌에 가상화폐를 보관하면 월별 잔액에 따라 이자(연간 약 4%)를 받을 수 있다.
아하로니는 “리버티 리저브나 비트코인, 퍼펙트 머니는 지급 결제를 편리하게 하고 페이팔 같은 인터넷 결제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하지만 익명성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불법 거래에 악용되면서 개발 취지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법무부는 리버티 리저브가 가상화폐를 악용해 사상 최대 규모인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돈세탁 했다며 관계자들을 체포하고 사이트를 폐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