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 자녀 100명에 '25조' 재산 상속…텔레그램 창립자식 '불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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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억만장자인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신의 정자를 무료 제공하는 불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재산까지 상속하겠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스크바 남부의 한 난임 클리닉이 지난해 여름부터 “유전적 적합성이 높고 수요가 많은 정자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두로프 CEO의 정자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클리닉은 웹사이트에 두로프 CEO의 사진을 내걸고 “37세 미만 여성들에게 체외 수정 비용을 지원한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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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사진을 내걸고 진행한 정자 기증 시술 지원 프로그램. 사진=알트라비타 웹사이트/WSJ 캡처

해당 클리닉에서 근무한 의사는 “시술을 원하는 환자들은 모두 건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았으며, 외모도 훌륭했다”며 “다만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혼이어야 참가 지원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두로프 CEO의 정자 기증은 2010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을 시도하던 친구에게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고품질 기증 정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익명으로 기증을 이어갔다고 한다. 몇 해 전 정자 기증을 중단했으나, 여전히 클리닉에서는 그의 냉동 정자를 제공하고 있다.

정자 기증을 통해 그는 최소 12개국에서 태어난 100명 이상의 생물학적 자녀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3명의 여성 사이에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의 독특한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프랑스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나의 생물학적 자녀들에게 유산을 동등하게 상속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생각은 아직 그대로다. 지난 10월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에 출연한 두로프 CEO는 “나와 DNA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아마 30년 후쯤에는 내가 죽고 유산 일부를 상속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며 “사후에 DNA 정보를 공유해 그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두로프 CEO의 자산은 170억달러(약 24조 750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그가 비영리 재단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텔레그램의 가치다. 이 외에도 그는 2013년 구입한 비트코인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로프 CEO는 “우리는 생물학적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며 “건강한 정자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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