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자살, 스트레스, 우울증, 그리고 게임중독.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하나같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 관점에서 다뤄야하고 관리되어야 하는 심각한 사회적 질환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신체 중 뇌와 연관되어 있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구성되고 이들 신경세포는 다시 각각 수천개의 신경연접을 맺어 정보를 교환한다. 복잡한 뇌신경 세포 간 정보교환은 궁극적으로 우리 마음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신경세포의 활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의 복잡한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직은 난망한 일이지만 비정상적인 뇌 활동을 파악해 뇌질환을 진단, 예방하는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현재 국내외 많은 뇌과학자는 미묘한 뇌 활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MRI를 기반으로 하는 뇌 활성 측정은 이미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향후 뇌 활성 측정은 거짓말탐지기, 설문조사 등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학생의 학습효과 측정 등 교육 분야에도 활발하게 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의 자율성과 개인정보보호 등 법적 또는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경제, 교육, 법률, 군사 등 많은 분야에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
2013년 미국 오바마정부는 새로운 뇌 활동 측정기술 개발을 골자로 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라는 10년짜리 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양한 두뇌활동에 따라 뇌 부위별로 활성화 정도를 측정해 뇌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다. 유럽연합 역시 2013년부터 10년간 약 1조7000억원의 예산을 뇌 연구에 투자한다. 바야흐로 뇌지도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치매질환 조기진단을 목표로 하는 치매 예측 뇌지도 구축 사업을 2013년 시범실시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MRI 등 뇌영상 기술로 얻어진 뇌 활성 정보와 혈액 및 유전자 정보를 통합해 치매 조기진단 및 예측기술 기반 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 각국이 뇌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뇌 분야가 아직까지 미지의 프런티어 영역인데다, 기초·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연구 분야를 주도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뇌과학 분야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선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woongsu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