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주요 IT기업의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2007년 애플 아이폰 발매 이후 호황을 누리던 업계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경제가 회복세라면 왜 기술 업계는 슬럼프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IT업계의 성장세 둔화를 지적했다.
다만 이 매체는 “IT업계가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며 “실리콘밸리의 주택 가격이 치솟는 등 인재 유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지만 기술 변화의 속도가 혁명이라기보다 진화에 가까워진 것이라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성장 둔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전 세계 주요 IT업체 중 하나인 IBM은 올해 4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IBM은 또 전체 직원 43만여명 중 8000명 수준의 감원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도 올 상반기 주당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0.39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기존에 기대했던 `낮은 한자리대` 매출 성장을 더욱 낮췄으며 투자 계획도 약 10% 축소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의 1위인 오라클은 올해 1, 2분기 연속으로 SW 매출과 사용료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도 작년 동기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픽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폰 혁명`의 주인공인 애플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분기 28.8%에서 2분기 26.1%로 하락했다. 이는 작년 1분기 39.3%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패드와 맥 컴퓨터의 매출도 감소했다.
최근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준 주요 IT기업은 페이스북 뿐이다. 페이스북은 한동안 주가가 지난 해 5월 기업공개(IP) 당시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모바일 광고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면서 이달 공모가 수준을 넘어섰다.
이외에 IT업계에서는 벤처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벤처자본가(VC) 투자는 127억 달러(약 14조20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9억 달러(약 1조원) 감소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