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논란의 `8VSB`

8VSB 도입 논쟁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전송 방식 허용 여부는 `태풍의 눈`이나 다름없다.

케이블TV사업자(SO)와 IPTV·위성방송 사업자 등 플랫폼 사업자간 단순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아니다. 8VSB 전송 방식 허용 여부에 따라 방송 시장 경쟁 구도는 물론이고 방송 생태계에도 후폭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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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는 10월 미래창조과학부의 8VSB 허용 여부 결정을 앞두고 찬반을 달리하는 방송사업자가 한치 양보 없는 논리전에 돌입했다. 미래부가 최종 결정을 위해 방송사업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방향성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8VSB 전송 방식은 단지 기술적 이슈가 아니라 방송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신중함을 견지했다.

논란이 된 8VSB는 디지털TV 전송 방식으로, 1개 채널당 6㎒ 대역폭을 사용해 아날로그 케이블에도 고화질(HD)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HD 방송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지상파만 이 기술을 사용해 HD 방송을 송출 중이다.

문제는 8VSB가 다른 디지털 변조방식인 쾀에 비해 전송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쾀은 6㎒ 대역폭에 채널을 4개 이상 넣을 수 있지만 8VSB는 단 1개 채널만 전송할 수 있다.

또 8VSB가 완벽한 양방향 디지털방송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화질 화면을 볼 수는 있지만, 주문형비디오(VoD)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

8VSB 전송 방식 허용을 둘러싸고 방송사업자 진영은 사분오열됐다. 방송콘텐츠사업자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종합편성채널과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는 찬성을, 지상파 방송사와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SO·PP 등 동일 사업자 진영에서도 각각의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이 제기되는 등 온도차가 상당하다.

디지털 전환 비율이 낮은 SO와 MPP는 8VSB를 찬성하고 있다. 중소 PP는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소 PP 관계자는 “8VSB를 허용하면 케이블 채널 자체가 줄어든다”며 “특히 시청률이 낮은 군소 PP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종편이 찬성하는 것은 8VSB 허용 이후 HD급 화질을 제공해 시청자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는 8VSB 연구반 회의에도 불참한 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는 종편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업자간 의견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의 대안 제시도 잇따르고 있다. 8VSB 전송 방식을 허용하되,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당장의 디지털 전환 숫자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가 시장 고착화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며 “8VSB 전송 허용이 가능한 가구를 소득 등으로 제한하는 등 `부분적 도입`을 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래부는 규제 필요성과 형평성, 이용자 편익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은 각각의 사업자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로, 허용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내달 28일 PP 의견을 청취한다. 이후 전문가 의견을 수렴, 이르면 10월 중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8VSB란=8레벨 잔류 측파대(8-VSB, 8-level vestigial sideband) 전송은 디지털 신호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지상파 채널에서 사용하고 있다. 8VSB는 1개 채널당 6㎒ 대역폭을 사용해 아날로그 케이블에도 고화질(HD)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전송 대역 효율이 낮아 전송 가능한 채널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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