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퓨처&사이언스` 세션에서는 지난 6월부터 UHD 시대를 맞아 방송 분야 오피니언 리더를 필진으로 `개막! 차세대 방송`이라는 전문가 기고를 연재했다. 총 8회에 걸쳐 학계를 시작으로 케이블·지상파업계에 이어 제조업체까지 각 분야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1부 연재를 마치면서 기고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좌담회로 풀어냈다. CJ헬로비전 후원을 받아 진행한 좌담회에서는 기고자 전원이 참석해 2시간 넘게 차세대 방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UHD 방송을 위한 산업계의 준비가 끝났다”며 “세계 시장 주도권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연구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한철 레드로버 부사장
박영수 SBS 기술부본부장
이종한 CJ헬로비전 기술실장
이준현 삼성전자 상무
이한 KT스카이라이프 기술센터장
조택일 LG전자 그룹장
채종석 ETRI 소장
사회=유지상 광운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유지상 광운대 교수(사회)=새 정부의 주요 정책 키워드는 창조경제 구현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구심체다. 미래부가 초고선명(UHD) 등 차세대 방송기술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상파, 케이블, 위성, 콘텐츠 분야의 실무반을 가동하고 있다. 각 사업자 별로 UHD 방송 준비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이종한 CJ헬로비전 기술실장=CJ헬로비전은 케이블 최초로 UHD 실험 방송을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왔다. 기술적 부분에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문제는 스크린에서 볼 콘텐츠다. 충분한 콘텐츠가 언제부터 준비가 될 것인지 중요하다. 콘텐츠가 기술과 함께 따라와야 한다.
◇박영수 SBS 기술부본부장=지상파 방송은 지난해 하반기 10월부터 12월까지 UHD 1차 실험 방송을 했고, 올해는 6~10월까지 2차 실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정규 방송을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파수가 부족하다. UHD가 정규 방송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700㎒ 주파수가 확보돼야 한다. 드라마와 일부 다큐 프로그램은 4K UHD 카메라로 찍고 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4K UHD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고 초기에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있어서 문제없다.
◇이한 KT스카이라이프 기술센터장=UHD는 사업적 차별성을 갖는 포인트로 보고 반드시 가야 한다고 본다. 위성방송은 HD방송을 2003년 9월에 시작해 기반을 갖춰왔다. UHD라는 무거운 콘텐츠를 전송망에 던져야 하는데 위성은 광대역으로 일시에 던질 수 있다. 기술 준비는 내년 초까지 마무리 짓고 상용화 그림은 다시 그리려고 한다.
◇유지상=기술적 준비가 돼 있는데 TV가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방송사업자 준비가 충분히 대응이 되는지 말해 달라.
◇이준현 삼성전자 상무=방송통신 표준은 국가가 지원하는 표준 규격을 따라야 한다. 실험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규격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만들어 줘야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사실 4K UHD 현재 기준은 옛 표준으로, 제대로 된 UHD를 하려면 표준 규격 마련이 우선이다.
◇조택일 LG전자 그룹장=HD 시대에는 지상파 표준이 먼저 준비되고 수신기가 만들어져서 순차적으로 잘 진행됐었다. UHD 시대에는 미디어 흐름이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가 맞물려서 돌아가게 됐다. 스마트 영역에서 UHD 스트리밍 하는 방식이 추가됐고 표준이 하나씩 제정이 되면서 가야 한다. 표준이 마무리되는 미디어부터 수신기를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케이블은 튜너 부분이 기존 것과 호환이 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다. 지상파는 채널 이슈와 표준이 풀리면 잘 되리라고 본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저가형 TV를 내고 있어서 그것에 대한 대응을 신속히 해야 한다.
◇유지상=기술 표준이 필요하고, 표준을 따르는 단말기가 제공돼야 한다. 거기에 서비스 될 수 있는 양질 콘텐츠가 수급된다면 UHD 서비스 활성화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인 것 같다.
◇채종석 ETRI 소장=표준화 현안에 앞서 우리나라가 어떤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UHD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과 우리의 경쟁이다. 일본의 비전이나 목표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지난 5월 31일에 총무성 회의 할 때 `한국`과 `세계에서 가장 먼저`가 여러 번 등장한다. TV·수신기 등 한국에 TV제조 경쟁력서 뒤진 부분을 UHD에서 앞서겠단 생각이다. UHD가 활성화되고 제조 산업을 끌어 올리려면 결국은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일본도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콘텐츠가 중요한 것을 알아 `올 재팬 플랜`이란 콘텐츠 생태계 조성 사단 법인을 창설했다. 정부가 추경 예산으로 31억엔(약 350억원)을 마련했다. 우리도 TV 제조업 등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겠다는 비전을 가져야 목표가 명확해 진다. 그러면 준비 안 된 것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한철 레드로버 부사장=콘텐츠 중요성은 3DTV 때부터 계속 얘기돼왔다. 그러나 아바타 이후에 많은 업체가 3D 콘텐츠 제작에 나섰으나 선순환이 되지 않았다. 현재 제작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3D 콘텐츠가 마치 패션처럼 저물어 버렸다. 우리도 일부 콘텐츠 펀드 조성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굉장히 열악하다.
◇유지상=일본은 2016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성으로 UHD 실험 방송 하지만 기존에 계획을 8K로 세웠었다. 만약 4K UHD로 시작한 후 8K UHD로 간다면 50~60인치 TV에 8K UHD가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뒤지지 않기 위해 8K UHD를 쫓아 가는게 맞는지, 기술적으로 병행이 될 수 있는 건지 설명해 달라.
◇조택일=SD에서 HD로 넘어갈 당시에도 같은 이슈가 있었다. 4K UHD라는 좋은 화질로 방송을 시작하면 콘텐츠가 좋아지고 고객 만족도가 높아진다. 8K UHD는 대역폭이 너무 늘어나기 때문에 장벽이 엄청나게 큰 것 같고 100인치 이하는 4K UHD로도 즐길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8K UHD가 나오긴 할 것이다. 4K UHD가 성공한다면 8K UHD는 조금 먼 이슈가 될 것이고, 4K UHD가 머뭇한다면 8K UHD가 빨리 나올 것이다.
◇이준현=기술적 숙제가 많다. 또 TV가 100인치 이상 되면 미국을 포함해서 해외 배송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개발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그 물량을 어떻게 풀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8K UHD는 지상파가 주파수 폭을 훨씬 넓혀야 한다. 진짜 시청자 요구가 있는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
◇채종석=일본도 8K UHD는 상황을 보며 할 것이다. 우리도 세계적 시장 흐름을 두고 보면서 해도 무리가 없다. 방송환경이 SD부터 HD, 3D, 4K UHD까지 공존하는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매체, 다중 모드에 대한 입장 정리는 분명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유지상=8K UHD는 논의의 밖으로 해도 될까? 2020년 이후에 우리가 고려해도 되지 않을까.
◇박영수=국내 주거환경을 고려했을 때 일반 가정에서 보는 TV크기는 85인치까지 커질 것이고 최대는 100인치다. 80인치쯤 커지면 4K UHD 영상을 볼 수 있다. 지상파는 4K UHD에 초점을 맞추되 8K UHD도 연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려면 필요한 전제조건은 최대한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기술 표준화를 빨리 만들어 줘야 한다.
◇유지상=콘텐츠 확보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한=UHD 사업은 사실 보편성을 갖기가 어렵다. TV 자체가 프리미엄 서비스다. 그러나 위성방송은 공격적으로 실험 방송하겠단 입장이 확실하다. 프리미엄이 대중에게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제작도 해봐야 노하우가 쌓인다. 플랫폼 사업자가 채널을 열고 서비스를 시작하면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이종한=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서비스에서 케이블이란 매체는 경쟁력이 굉장히 탁월하다. 전송 장비나 콘텐츠 인코딩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케이블이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콘텐츠 쪽도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김한철=밸류 체인(가치 사슬)중 하나가 콘텐츠로 연결돼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 방송사, 케이블, 위성이 함께 밸류 체인으로 연결되면 좋은 콘텐츠가 나오고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박영수=콘텐츠 등에서 차세대 방송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지상파 방송이라고 본다. 지상파는 드라마 등 장르에 따라 UHD로 다양하게 편성할 수 있다. SBS는 지난 15년간 HD에 20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부터 UHD에 10년간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HD를 전환할 때는 지상파 수익이 많았지만 이제는 한해 수익이 케이블이 훨씬 많다. 수익 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실 어렵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