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석 달째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동결 배경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등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경기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 등이 여전히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저점을 형성한 이후 9분기 만에 1%대 성장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올해 1분기 저점 형성 이후 4분기 만에 2% 성장을 기록했다.
통화 정책에 특별히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실물 경제를 보면 전반적인 지표가 혼조세를 보였다. 한은이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2분기 전기 대비 1.1%를 기록해 최근 9분기 이래 가장 높았다.
7월 소비자 물가는 긴 장마로 인해 채소 가격이 급등한 여파로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6개월 만에 상승폭(1.4%)을 확대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1%대로 저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5월 2.9%, 6월 2.8%, 7월 2.9%로 여전히 소비자물가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전망도 한은의 금리결정 부담을 덜어주는데 한몫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물가 안정의 흐름 속에 고용 증가, 서비스업 생산을 제외한 소비·투자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보다는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진행이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가 양호하고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금리동결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인도 등 신흥국이 자본유출 피해를 보고 있지만 한국은 가능성이 낮다”며 “우리경제는 잠재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거시변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앞으로도 성장 요건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1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다른 신흥경제국과 거시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게 김 총재의 판단이다.
김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올해 전망치 2.8% 수준의 추세대로 가고 있고, 노동시장도 건전하다”며 “지난 1, 2개월간 한국의 환율이 가장 안정적으로 움직인 것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