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라는 콘텐츠 산업계의 그릇된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작가의 절필 선언까지 불러 온 `출판 사재기`에 이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 곡을 반복 재생해 음원 차트 순위를 조작한 `음원 사재기`로 논란이 번졌다.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나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재기란 품귀나 값이 오를 것을 예상되는 상품을 필요 이상으로 사두는 행위다. 물물교환 시대가 끝나고 화폐가 등장한 이후 고질적인 유통 비리다. 독점과 아울러 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늘 비판을 받았다. 한창 논란인 출판과 음원 사재기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공급 왜곡을 넘어 인위적인 수요 조작까지 저질렀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는 일정액만 내면 얼마든지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악용했다. 특정 곡을 무한 재생해 조작한 순위로 창작자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의 음원 선택까지 방해했다. 소속 가수를 빨리 성공시키고자 하는 일부 기획사 욕심이 일차적으로 문제다. 기획사가 이런 편법에 강한 유혹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왜곡된 음원 시장이 더 큰 문제다.
터무니없이 싼 음원 값과 일률적인 정액제, 가입자 아닌 이용횟수를 적용한 저작권 징수,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한 정부 정책, 덤핑 판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원 시장을 어지럽힌다. 음원사재기 수사를 넘어 이런 병폐까지 도려내지 않고선 음원 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없다.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려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좋은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우수 창작자 발굴, 양질의 콘텐츠 개발과 유통에 쓰여야 할 제작비가 사재기나 조작에 쓰인다면 좋은 창작자가 선택될 기회는 박탈된다. 창작의 힘이 약해지면 결국 콘텐츠산업 전체가 망가진다.
머지않아 종이책도 e북으로 넘어간다. 디지털이 웬만한 콘텐츠를 집어삼킬 것이다. 음원 사재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확산되면 얼마나 더 큰 왜곡과 조작이 생겨날 것인지 미리 일러주는 신호다. 사재기 논란은 우리에게 되레 좋은 기회다. 오랫동안 마치 관행인양 굳은 콘텐츠 유통 구조 왜곡을 이참에 확 뜯어고칠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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